이재용의 소프트파워 강화 의지....삼성전자, 관련 인력 대거 승진
입력 2020.12.04 10:58
수정 2020.12.04 10:59
SW 임원 승진 21명...올 초 인사 대비 배 늘어
4차산업혁명 대비 AI·5G 경쟁력 위한 인력 발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말 임원 인사에서 회사의 소프트파워 강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연말 임원 인사에서 소프트웨어(SW) 관련 인력 승진을 배로 늘리고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적극 발탁하는 등 하드웨어(HW) 의존적인 회사의 경쟁력을 탈피해 소프트 파워를 상승시켜 글로벌 IT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가 4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SW 관련 임원 승진자는 부사장 2명과 전무 4명 등 총 21명으로 이는 올 초(10명) 대비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최근 가장 많았던 3년전 2017년 말(15명) 보다도 많은 수치다.
최근 몇 년간 10명 안팎의 승진자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진 규모는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무선사업부·메모리사업부·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등 주력 사업에서 SW 관련 인력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점에서 전 사업분야에 걸친 SW 경쟁력 강화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윤장현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SW)플랫폼 팀장은 SW 개발 전문가로 사용자경험(UI)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폰 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종열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장은 스토리지용 펌웨어(Firmware) SW 전문성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제품 경쟁력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SW 인재들의 대규모 승진은 이재용 부회장의 SW 육성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로 이 부회장은 그동안 SW 경쟁력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 등 강력한 HW 제조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W 경쟁력 제고 없이는 회사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글·아마존·애플·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만 봐도 SW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며 “이번 인사는 SW 우수 인력들을 적극 발탁해 활용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통해 단순히 회사를 넘어 국가적인 SW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만 29세 이하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SW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 인재들은 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국가적 SW 경쟁력 향상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4차산업혁명 도래에 대비해 5G·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발탁도 이뤄졌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준희 IT모바일(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은 전경훈 네트워크 사업부장(사장)과 함께 지난 9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에 달하는 5G장비공급계약을 성공시켰다. 이는 국내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었다.
또 회사의 AI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이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고 이윤수 삼성리서치 AI서비스랩장이 상무로 신규 선임되는 등 인재 발탁도 적극 이뤄졌다.
이같은 인사는 4대 미래산업(5G·AI·시스템반도체·바이오)을 강조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중 5G와 AI는 향후 다가올 미래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될 분야로 그동안 기존 사업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그동안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할때마다 4차산업혁명 도래로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 5G 네트워크 장비는 이재용 부회장이 10년 앞을 내다보고 육성해온 사업 중 하나로 큰 관심을 피력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앞으로는 성과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쟁력 행상이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적극 발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를 넘어 SW·AI·5G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회사의 현실에 매우 적절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