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코로나로 정유설비 30% '자가격리'...'탈정유'로 활로 모색
입력 2020.12.04 06:00
수정 2020.12.03 11:12
정유사 10월 평균 가동률 71.6%…올해 들어 최저치
코로나 여파로 인한 수요 부진에 정유사 '탈정유' 가속화
정유업계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그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정유사들은 정제 공장 가동률을 최저치로 낮추는 대신 '비정유' 부문 사업 재편으로 손실폭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낮은 정제마진, 저조한 정유설비 가동률, 지지부진한 국제유가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10월 평균 가동률은 71.60%로 전년 10월 보다 3.04%p, 전월 보다는 0.5%p 떨어졌다. 올해 들어 최저치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저조로 정제마진이 계속 하락하자 고육지책으로 정유사들이 가동률 조정에 나서며 30%에 가까운 생산능력을 '자가격리' 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은 1월 83.8%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 74%대로 떨어진 가동률은 9월 72대%, 10월 71%대로 하락했다.
정유사들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가동률을 이보다 하향 조정하면 70%대의 벽도 조만간 허물어질 수 있다. 가동률 추이는 정유사들의 판매실적과 직결되는 것으로 올 상반기에 이어 4분기에도 마진 악화가 예상된다.
앞서 정유사들은 4분기 가동률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의 경우 시황악화 지속으로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면서 "3분기 가동률이 72% 수준으로 4분기는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업황 회복을 예상하며 설비가동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으나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정유설비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1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가동률 조정에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11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보다 0.5달러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생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월 평균 기준 올해 3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하면서 7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8월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수익성 개선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지지부진한 국제유가도 부담이다. 국제유가는 OPEC+(OPEC 회원국과 10개 OPEC 외 주요 산유국 협의체)에 참여하는 다수의 회원국들이 감산을 동의하면서 최근 들어 소폭 올랐지만 'V자' 반등을 낙관하긴 힘들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올해(12월 3일 현재까지) 평균 가격은 배럴당 38.66달러로 지난해 평균 57.04달러와 비교해 18달러 넘게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상반기에만 5조원대 적자를 낸 정유사들은 '탈석유'를 위한 사업 재편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모빌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유소의 장점을 살려 주유 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셰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 신·증설을 단행중이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