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나서는 스타벅스, 무의미해진 상권 경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1.26 07:00 수정 2020.11.26 15:41

직영점 위주로 출점 제약 없어, 두터운 마니아층 앞세워 골목 구석까지 공략

코로나 사태로 배달 비중 커져..."전용 메뉴 강화 등 프로모션 치열해질 것"

최근 스타벅스가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스타벅스가 본격적으로 배달 사업에 뛰어들 경우 순식간에 골목 구석까지 점령해 가맹점 매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특히 스타벅스는 100% 직영점으로 가맹사업을 하는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와 달리 출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감은 더하다.


스타벅스 배달 진출로 커피 업계 배달이 보편화 되면서 앞으로는 상권 경쟁 보다는 배달 마케팅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는 커피를 판매하는 상권과 입지선정, 수요의 특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 매장 위치를 정하는 것이 매출의 성패를 좌우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 주요 소비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에 배달 전용 매장인 역삼 이마트점을 열고 배달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이 매장은 고객이 머무는 공간 대신 라이더(배달원) 대기 공간과 음료 제조 공간으로만 구성된다.


스타벅스는 빅데이터 배달 수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중순 서울 강남구에 또 다른 배달 서비스 시범 매장도 문을 열 계획이다. 시범 서비스 이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그간 국내 대형 커피 전문점 중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마지막 브랜드였다. 배달 과정에서 커피의 맛과 향 등이 변해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배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출 증대를 위해 배달 수요를 계속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배달 서비스로 고개를 돌리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매장 내 취식이 제한된 점도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경쟁업체들이 배달로 꾸준한 실적 상승을 이뤄내면서 더 늦기 전에 배달 서비스에 진출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영국 등 해외 스타벅스 매장이 잇따라 커피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작년 8월 우버이츠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에선 알리바바와 협업해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영국 런던에서도 올 초부터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장 지배력이 큰 스타벅스가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자 업계는 일제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빅5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스타벅스의 매출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스타벅스의 규모가 큰 데다, 마니아층도 두텁기 때문이다. 굿즈의 경우 매번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슈가 되는 등 마케팅 경쟁력도 막강하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가 본격 배달에 뛰어들 경우 골목 구석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 가격대 등이 다르긴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우 워낙 마니아층이 두텁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며 “커피 배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던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배달 역시 스타벅스로 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출점에 제약이 없는 스타벅스와는 게임이 안 되는 경쟁을 벌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의 경우 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달리 커스텀 오더가 가능하고 굿즈 증 매력적인 요인이 상당하다는 점도 고민이다”며 “자세한 것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공격적으로 배달전문 배장을 늘릴 경우 아무래도 가맹점 매출감소로 이어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와 달리 출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 지점이 직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가맹점이 있는 이디야와 투썸플레이스 등은 가맹사업법에 따라 신규 출점 시 기존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간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배달 진출로 커피 배달이 보편화 되면서 더 이상 상권 경쟁은 무의미해진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과거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스타벅스의 주 출점 무대인 대로변을 떠나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는 시내 중심의 메인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 상권에 집중하는 등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을 추구했다. 아예 배달전용 매장을 출점하는가 하면, 배달 전용 메뉴를 개발해 홈카페 족을 공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배달이 주 소비처로 자리 잡으면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운영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분석인 셈이다.


향후에는 배달로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이드 메뉴 강화와 더불어 배달료 무료 등 치열한 배달 프로모션 경쟁이 예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시장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부담 등으로 인해 주요 상권보다는 높은 배달의 수요를 잡고자 하는 현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스타벅스 배달 진출로 인해 당분간 커피 업계 배달 관련 프로모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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