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해산’ 벤투호 난해한 실험, 김영권·김민재 공백만 절감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11.18 07:00 수정 2020.11.18 09:50

멕시코, 카타르 평가전에서 수비와 후방 빌드업 모두 실패

낯선 수비 자리에서 허둥지둥, 플랜B 실마리도 못 찾아

차출 거부와 코로나19 돌발 변수로 어려움에 놓였던 벤투호가 가까스로 1승을 챙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 BSFZ아레나서 펼쳐진 카타르(FIFA랭킹 57위)와의 평가전에서 2-1 승리했다. 한국축구의 역대 A매치 통산 500승.


골키퍼 조현우 등 6명의 선수가 현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타나 이탈하는 어려움 속에도 벤투호는 멕시코-카타르를 상대로 1승1패를 기록했다.


약 1년 만에 치른 A매치에서 손흥민-이강인 등 해외파와 국내파가 손발을 맞춰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승리의 의지를 불태운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럼에도 평가전이 남긴 아쉬움은 꽤 진하다.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가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플랜B에 대한 효과적인 실험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비라인은 너무 헐거웠다. 냉정한 평가로 전문성도 느끼기 어려웠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에서 윤종규-권경원-원두재-김태환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주 포지션이 우측 풀백인 윤종규는 좌측에 서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렀고,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는 또 센터백 역할을 맡았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깊은 뜻을 모르지 않지만 빌드업 이전에 수비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다. 한국 수비라인은 카타르 패스 한 방에 뒷공간이 뚫렸고, 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상대에게 자주 빼앗겼다.


그나마 1골만 내줘 카타르전에서는 승리를 맛봤다. 직전 경기였던 멕시코와의 대결에서는 무너진 수비 탓에 유럽파 공격수들 조합 실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기 내내 불안했던 수비는 후반 21분부터 25분까지 4분 사이에 3골을 얻어맞았다. 골키퍼 구성윤 선방이 아니었다면 3골을 초과하는 대량실점도 가능한 분위기였다.


멕시코전에서 벤투 감독은 원두재를 또 센터백에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정우영까지 수비수로 끌어내렸다. 후방 빌드업을 다지기 위한 구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낯선 위치에서 뛰다보니 원활한 수비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원두재는 낯선 포지션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전후반 내내 멕시코 전방 압박에 고전하면서 수비와 후방 빌드업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핵심 중앙수비수들인 김민재와 김영권의 공백만 절감했다.


월드컵 진출과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를 만날지 모르는데 김민재-김영권에게만 기댈 수 없는 노릇이다. 난해하게 느껴질 정도의 수비라인 실험은 플랜B 발굴이 필요했던 현 시점에서 도전과 시도라는 말로 포장하기 어려웠다.


센터백 자원으로 발탁해 오스트리아로 데려간 K리그의 자원들은 테스트조차 하지 못한 채 해산하는 벤투호의 11월 평가전은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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