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빵·굴 수제맥주도 만드는데”…국내는 이중규제로 ‘꽁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1.16 07:00 수정 2020.11.19 08:59

사용할 수 없는 재료만 규정, 이외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식품공전, 첨가물공전으로 관리…주류 재료만 별도 관리하는 것은 중복규제

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맥주에 사용하는 재료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지정하는 것이 아닌 주류의 안전성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재료만 규정하고 이외에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의 안전을 위해 식품공전과 첨가물공전을 마련해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주류의 경우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이중 규제’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행 주세법상 맥아가 10% 이상 포함된 주류는 ‘맥주’로 분류되지만, 20% 이상의 과실이 들어간 주류는 ‘기타주류’로 분류한다.


기타주류의 세율은 30%로 동일원가의 맥주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필라이트, 필굿 등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맥주로 구분하고 있지만 주세법 상에서는 발포주인 기타주류로 분류돼 일반 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업계는 낮은 주세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주류가 만들어지면서 시장에서 주종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수제맥주 업체들이 다양성 및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일부 수입사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맥주에 해당하지 않는 제품을 수입하고 맥주처럼 마케팅함으로써 이익을 편취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해외 일부 맥주사들은 국내서 맥주 제조 시 허용되지 않는 첨가재료 및 과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일반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재료 역시 국내와는 다르게 빵, 베이컨, 굴 등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이유에서 제품의 경쟁력도 높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영국만 하더라도 매일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투리 빵이나 빵가루를 활용해 맥주로 만들고 있다”며 “밀과 보리, 옥수수 등 곡물로 만들어지는 맥주는 빵과 원료가 같다. 실제로 벨기에는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서는 빵을 활용해 만들 경우 기타주류로 분류돼 별도 면허와 탱크 시설이 필요하다”며 “국내서도 이를 기타주류가 아닌 맥주로 보면 자유롭게 기존 탱크 시설 등을 사용해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제품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수제 맥주 업계에도 다양성을 위해 과일 성분을 추가적으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싶어하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수제맥주 업계 대부분의 의견이다. 현행법상 맥주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다른 주종의 면허를 다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기타주류 면허 발급이 어렵지는 않지만, 기타주류용으로 설비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관리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 역시 있기 때문에 기타주류도 일반 맥주로 분류하는 주종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기타주류로 분류 시 생산 탱크 등 따로 분리해야 하고, 한 번 분리하게 되면 일반 맥주는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주종을 확대해 필요에 따라 여러 재료를 활용하면 세계 다른 나라의 주류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논리다.


수제맥주의 경우 기타주류 없이 대부분 일반 맥주만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어차피 같은 세금을 낼 바엔 다양하게 만들어 많이 팔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종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일부 수입주류들과 대비해 다양한 재료를 통해 국내 수제맥주 만의 특성을 갖춰 수입주류 대비 경쟁력 및 차별성 확보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과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지역 특화 수제맥주산업 육성의 기반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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