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600만시대②] "모바일 텃밭"....산지 채소, 손가락 하나면 장보기 끝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11.17 07:00
수정 2020.11.16 21:32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도 소포장이 대세…서브 카테고리서 메인으로 부상

도‧소매 과정 단축한 유통혁신으로 신선도 높이고 가격은 낮추고

#혼자 사는 직장인 윤모씨(38세)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저녁을 먹을 채소, 육류 등 볶음밥 재료를 주문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상품을 선택하고 전용 결제서비스로 10분 만에 장보기를 마쳤다.


윤 씨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남는 재료를 매번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버리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소포장 상품을 자주 구입한다”며 “일부 제품은 산지에서 직접 수확해 집으로 보내주니 더 신선한 것 같다. 마트로 장을 보는 것보다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1인 가구는 신선식품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채소, 과일, 육류 등 다양한 소포장 상품이 등장한 것은 물론 대형마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이 온라인 쇼핑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데 결정적인 발판을 제공했다.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산지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신선도는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유통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국 주요 산지의 신선한 상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디서든 터치 한 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모바일 텃밭이 생긴 셈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된 1개 단위 채소의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0% 급증했다. 최근 2년 간 1인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소포장 채소 판매량은 약 650%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육류의 경우 성인 한 명이 한 번에 섭취하기 좋은 300g 단위 소포장 제품이 전체 육류 판매량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됐다.


2018년에는 전체 육류 판매량의 22%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6%로 육류 상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200g 이하 규모의 육류 역시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소포장 신선식품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신선식품 비중을 낮췄던 이커머스 업체들도 다시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위메프는 2018년 신선식품 배달서비스인 ‘신선생’ 사업을 중단했다가 지난달부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현지 직배송 서비스 ‘갓신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의 경우 기상상황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직매입으로 운영할 경우 재고처리 등 부담이 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불려왔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이를 선점할 경우 거래액은 물론 방문자 수를 늘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사업이 부진할 경우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직매입으로 운영했던 신선생 대신 산지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신선식품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산지에서 도매와 소매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최소화하고 높은 신선도와 가성비를 동시에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도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초신선’, 이마트는 ‘극신선’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돼지고기, 달걀 등 신선식품의 유통과정을 단축해 신선도를 높인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3일 돼지’는 도축 이후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약 7일 정도 소요되는 일반적인 돼지고기와 달리, 직경매를 통해 도축 이후 3일 이내 매장에 진열된 돼지고기이다.


계란의 경우에는 산란일 다음날 하루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선도를 높였다. 보통 계란이 산란일로부터 최대 5~10일이 지나 상품화 된 것을 감안하면 1주일 이상 시간을 단축한 셈이다.


편의점 CU를 찾은 한 소비자가 소포장 과일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CU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1인가구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의점에서는 컵과일이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일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대용량 과일의 경우 먹고 남은 뒷처리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구매를 기피해온 1인가구 및 소가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것이다.


CU에 따르면 컵과일 매출액은 2018년 15.8%, 2019년 22.2%에 이어 올해 1~10월 누적 기준 19.6% 성장했다.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초기 몇 개 계절 과일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현재 수입 과일 등 20여종으로 확대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대용량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1인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성장률로 보면 소포장 제품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전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포장 제품을 넣었다면 최근에는 메인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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