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8?…도쿄올림픽, '남북미일' 관계 개선 계기될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11.11 14:35
수정 2020.11.11 19:34

韓, 도쿄올림픽 명분으로 각국 접점 모색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올핌픽 개최 시점에

대외정책 노선 확정될 가능성 높아

"코로나 여파 감안해 섣부른 기대 말아야"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정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한국 정부의 '도쿄올림픽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쌓여있는 외교 현안에 대해 진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섣부른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박 원장은 전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스가 총리와 만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과 연계해 외교 현안을 다뤄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문재인-스가 선언'을 통해 한일 간 해묵은 갈등 국면을 타개하자는 뜻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의 '선(先) 해결책' 제시 없이는 양국 관계 진전이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韓, 도쿄올림픽 계기로
北美日 접점 만들기에 심혈


한국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명분으로 일본은 물론 북한·미국과도 접점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유력한 상황에서 대외정책 노선을 결정하기까지 최소 반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시점(7월)에 맞춰 북미대화 '촉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노태강 스위스 대사를 임명하며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과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를 언급하기도 했다. 스위스에는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만약 정부 구상이 실현된다면 △남북 간에는 협력 강화를 △한일 간에는 강제징용 이슈를 △북미 간에는 비핵화 논의를 △북일 간에는 납치 일본인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도쿄올림픽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일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일 정상이 한데 모여 외교적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스가 내각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도쿄올림픽 초청과 관련해 "어디까지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정상회담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 악화시 올림픽 무산될 수도"
올림픽 전 백신공급 장담 어려워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 구상이 코로나19와 맞물려 있는 만큼 과도한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9일 발표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의 남북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 내에 도쿄올림픽이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북일관계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미국·유럽·남미·아프리카의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상용화 시점을 내년 하반기께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도쿄올림픽 개최 시점에 백신이 보급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날 미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지만,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인 만큼 안정성 검증에 최소 수개월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스가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는 회담 의사를 밝히고 있다"면서도 "도쿄올림픽 개최와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모두 매우 작고,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고 도쿄가 2032년 올림픽 유치에 나선다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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