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성장③] 기업활력 저하, 인구감소 무시…현실 외면한 경제정책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0.11.05 07:00
수정 2020.11.05 05:32

기업규제3법 극명한 입장차에도 강행 의지

정부 일자리 정책에 인구변화 반영 안돼

"생산연령인구 기준 늘려 부양비 낮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8조6000억원을 들여 200만개 이상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중 103만개는 정부가 창출하는 단기성 공공부문 일자리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가 경제성장률은 생산·투자·고용·수출 등 경제 지표 실적에 따라 좌우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반 동안 구사한 경제 정책은 전과목 성적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인 실책 사례다. 경기부양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생산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등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만 키웠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문제는 지금도 핵심 지표 개선과는 무관한 정책을 반복하면서 정부 스스로 경제 성장 잠재력을 좀먹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경재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기업규제3법'을 강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정책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예산 퍼붓기로 양적 지표에만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기업 옥죄는 '기업규제 3법' 시행 째깍째깍
경재계 반발 우려한 '구색맞추기' 토론회 열려
극명한 입장차에도 의견 수렴 없이 강행 의지


청와대와 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3법(이하 기업규제3법)'으로 불리는 법률 개정안의 연내 통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정기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기업규제3법을 직접 거론하며 "조속히 매듭지어달라"고 밝혔다. 여당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경재계의 반발과 우려를 뒤로한 채 입법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의견 조율 및 의견 수렴이 없는 채로 강행되는 점이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3법 TF가 지난 3일 개최한 입법현안 공개 토론회는 이같은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추진한 기업규제3법 관련 논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왔다. 이날 마지막 토론회는 공개 토론회로 진행되면서 이해당사자인 경재계의 의견 수렴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차만 재확인한 자리가 됐다.


민주당은 경재계의 입장을 반영할 방안을 찾기보단 시작부터 입법 강행 의지만 드러냈다. TF 위원장인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인사말부터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공정경제 3법을 이번에 꼭 통과시켜달라는 부탁을 했고, 저희도 국정과제에 들어 있는 사안이라 정기국회 때 입법성과를 꼭 내야 한다"고 강행 의사를 천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3%룰(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을 놓고는 예상대로 평행선을 달렸다. 이 제도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하는데,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총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를 초과하는 경우는 그 주식을 아예 없는 주식으로 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감사위원은 다른 이사와 달리 현저히 적은 득표수 만으로도 이사에 선출될 수 있다"며 "과연 이렇게 선임된 감사위원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명한석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는 "3%룰이 문제가 된다면 현재 감사위원회를 없애고 감사제도로 돌아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된다"며 "기본적으로 기업이 과연 투명한가, 지배주주 외에 다른 주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자체가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이사 선임에 있어서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주주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실상 기업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문이었다. 하지만 경재계의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한 '구색 맞추기'식 토론회라는 비난을 사고 않고 있다. 다양한 입장을 수용하는 열린 토론이 아니라 주최측(민주당)의 입장을 더욱 공고하게 굳힌 회의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저출산보다 고령화가 경제에 더 큰 타격
정부 일자리 정책에 인구변화 반영 안돼
"생산연령인구 기준 늘려 부양비 낮춰야"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일자리 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야심차게 경제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일자리 성적을 나타내는 고용 지표는 계속해서 추락 중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7년 17개 시·도 중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생산연령인구가 2017년보다 32.2%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성장률, 취업율 등 중요한 경제지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67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노령인구 102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된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저출산보다 고령화가 더욱 경제에 극심한 타격을 준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펴고 있는 일자리 정책은 이같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8조6000억원을 들여 200만개 이상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중 103만개는 정부가 창출하는 단기성 공공부문 일자리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자리 수는 급증했지만 인구 구조 변화에 대처할 수 없는 경직된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노인 일자리는 죄다 허드렛일인데 급여 역시 월 27만원 수준의 노인 용돈벌이 수준"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노인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 너무 많은 돈을 할애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부가 내놓는 고용정책은 복지정책 수준"이라며 "노령층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 실제 생산에 기여 가능한 일자리로 만들지 않으면 전체 부양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생산연령을 확대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바꾸어 20~74세로 생산연령인구를 설정하면 부양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부양비를 책정한 뒤 경제활동 참가율을 얼마나 높일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고령사회의 주요 대책으로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제안되고 있다"며 "새로운 고령층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진입하면 노인 일자리도 새로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본인이 원래 일하던 일자리에서 최대한 오래 일할 수 있게 하거나 임금피크제, 재고용 형식으로 기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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