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금태섭 나비효과…반문연대 '꿈틀꿈틀'?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0.10.25 06:00
수정 2020.10.25 06:11

윤석열 "퇴임 후 국민께 봉사"…'대망론' 들썩

금태섭, 민주당 탈당…서울시장 야권 후보 거론

국민의힘 입당 또는 제3지대 머물며 반문연대 가능성

민주당 "외로운 늑대들일뿐, 반문연대 형성 불가능"

윤석열 검찰총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데일리안DB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임 후 국민께 봉사"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꼽혔던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야당과 손잡고 '반문(反文)연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 전 의원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후보로 나오고, 내년 7월 임기를 마치는 윤 총장은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합류하는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 조짐이 짙어진다면, 반문연대는 급속도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를 자임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現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반문연대 후보를 선출 못 하면 못 이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그들은 분열의 DNA를 가진 외로운 늑대들일뿐, 반문연대 형성은 불가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尹, 내년 7월 임기 마치고 야권 대선주자 합류 가능성
與 "야당이 대권후보로 지지하니, 눈에 뵈는 게 없나"
野 "대권후보 윤석열 등장…확실한 여왕벌 나타나"


윤 총장은 지난 2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과 관련해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긋지 않으면서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윤 총장이 내년 7월 임기를 마친 후 야권의 대선주자로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정치권 안팎으로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여당은 '견제구'를 날리며 '윤석열 때리기'에 돌입했고, 야당은 신중 모드 속에서 '러브콜'을 잇따라 보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검찰총장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봉사"라고 쏘아 붙였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급기야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공격하더니 이제는 법무부 장관을 향해 '내가 니 부하냐?'는 식으로 따지고 있다"며 "보수언론과 야당이 유력 대권후보로 지지를 보내니 대통령도 장관도 국민도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분명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준 176석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며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윤 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야권은 '윤석열 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며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다. 이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윤 총장과 문재인 정권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그 정도 정치력이면 여의도 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다. 잘 모실 테니 정치판 오시라"고 말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3일 "퇴임하고서 봉사한다는 게 반드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7월 1일 자신이 주도하는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 포럼) 세미나에서는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런 현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대선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 오만한 태도 문제"라며 탈당한 금태섭
야당 후보 또는 무소속 출마 후 야권 연대 가능성
與, 중도층 이탈 및 여론 형성에 '촉각'


공수처 설치 입법 과정에서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뒤 재심을 기다리던 중 전격 탈당한 금 전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21일 "민주당이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거나, 금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이다. 금 전 의원은 일단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이 반성해야 할 당"이라며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물밑에서 극적 타결이 성사 돼 입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 큰 의미가 있나(허영 대변인)"라며 금 전 의원의 탈당을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중도층 이탈 및 향후 여론 형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은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내심 기대감을 비쳤다. 김종인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이 탈당한 날 기자들과 만나 "탈당과 관계없이 (이전부터)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여당 내 야당', '중도 개혁' 이미지로 중도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야당 입장에선 '놓치기 아까운 카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는 일대일 구도에서 누가 더 중도층의 마음을 많이 가져오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며 "중도 외연 확장력을 가진 윤 총장, 금 전 의원과 함께 반문연대를 형성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총장과 금 전 의원 같은 사람들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DNA를 가진 외로운 늑대들'일뿐"이라며 "반문연대 형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선 "검찰 조직과 정치권은 완전히 다르다"며 "윤 총장은 피눈물을 흘려야 할 만큼 혹독한 정치권의 검증을 버텨내지 못 할 것이기 때문에 대권주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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