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금호, 자산매각 ‘빈익빈 부익부’…정상화 ‘온도차’
입력 2020.09.24 06:00
수정 2020.09.23 21:09
대한항공 기내식 9906억 매각…송현동 부지 처분도 속도
금호그룹, 금호고속 자산 담보만 1조 상회…유동성 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며 항공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과 금호그룹이 경영정상화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기내식사업과 송현동 부지 등 알짜 자산을 매각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이후 기존 자산 처분에 난항을 겪으며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누적돼 온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여객 수요를 화물수요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한진그룹은 지난달 25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특히 매각에 난항을 겪던 송현동 부지 역시 최근 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지난해 2월 한진그룹이 오는 2023년까지 매출을 2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10%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전2023’에서 약속한 사항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인한 유동성 비상 상황을 감안해 송현동 부지를 시세인 6000억원대 안팎에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서울시가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서 보상비를 467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마저도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겠다고 명시해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진그룹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도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반면 금호그룹은 절대적인 자산이 부족한데다 담보 등 여러 변수로 매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룹의 사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속버스 사업 등 핵심 부문의 매각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실사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이달 말까지 1100억원 가량의 자금 부족하다. 연말 기준으로는 4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금호고속은 고속버스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속버스 사업 매각을 염두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금호고속이 고속버스 사업부를 정리한다면 매각 대금을 통해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안정화 할 수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다만 고속버스 사업이 업계 1위의 핵심사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매각 시 그룹의 사세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고속 보유 지분과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에 1조2275억원 상당의 담보가 잡혀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 금호고속은 매각 명단에 올라온 4624억원 규모의 유스퀘어를 담보로 1542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여기에 광주신세계도 2033년까지 5270억원을 내고 장기 임대 중이다.
현재 금호그룹은 가장 매물 매력도가 높은 금호리조트를 파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컨트리클럽(CC)과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CC의 경우 36홀의 회원제 전용 골프장이다. 이른바 ‘골프 8학군’이라 불리는 황금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몸값은 최소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며 “차입금과 관련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KDB산업은행 등 금호그룹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과 함께 그룹에 1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