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출만기도 공매도 금지도 "연장 말고 답이 없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8.25 14:58
수정 2020.08.25 15:01

코로나19 재확산 파장에 '금융지원책' 6개월 추가 연장 가닥

건전성 우려에 "소극적 대응이 오히려 재정건전성 훼손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던 금융규제 완화 조치 대부분을 재연장할 전망이다. 최근 초기 파장 보다 더 커진 코로나 재확산 기류에 대출만기 연장·이자납입 유예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은 물론 공매도 금지 조치도 이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코로나 금융지원책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연장 말고는 답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의 공감대가 큰데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연장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에서 대출과 이자만기 재연장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대체로 대출 원금과 이자 연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기업의 대출 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 시한을 연말로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수은은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 '하반기 기업 대출 만기 연장·중소기업 이자 유예 대상 기간 확대'에서 기업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 시한을 각각 8월과 9월에서 올해 말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증권가의 뜨거운 이슈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연장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오는 9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경우,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동학개미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건전성 우려도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전체 대출 연체율(잠정)은 0.23∼0.36% 수준으로 한 달 전 보다 하단과 상단이 각 0.02%포인트, 0.03%포인트 높아졌다.


증권가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해 볼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도 증시 열기가 식지 않으며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16조326억원으로 1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잔액이 가장 적었던 3월25일(6조4000억원) 보다 10조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선 향후 증시 조정국면이 시작될 경우 '빚투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열된 증시를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신호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여론의 목소리를 거스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동학개미들의 손을 들어준 만큼, 시장논리로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는 대출만기 연장·이자납입 유예 연장에 따른 건전성 우려에 대해선 "경제가 충격을 받을 때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권은 지난 4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연장·유예 기한은 9월 말이다. 금융위는 26일 정례회의에서 한시 조치의 연장 여부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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