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⑳] 지범, 매번 ‘경계’를 넘는 싱어송라이터
입력 2020.08.05 14:32
수정 2020.08.05 15:28
싱글 '그댄 아름다워요' 7월 31일 발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영감
아티스트에게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이라는 평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하고, 아티스트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싱어송라이터 지범(ZEEBOMB)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는 매번 도전하고, 스스로의 경계를 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보기 좋게 그 새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면서도 팬들의 만족감까지 덩달아 챙긴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또 하고 싶은 건 당당하게 보여주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는데, 그에게 ‘좋은 음악’은 사람, 혹은 동물, 사물 등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된다. 지난달 31일 발매된 싱글 ‘그댄 아름다워요’ 역시 사라지고 있는 ‘낭만’이라는 단어와 그 감정을 그리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업으로 인해 중단 했다가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물론 그때는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요. 하지만 점점 더 음악에 빠져 들다보니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 원하던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는데 자퇴를 했다고요?
대학교는 제 청소년기 목표였어요. 부모님과 친구들이 원하는 삶,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어은 심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말하는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목표였던 셈이죠. 하지만 막상 입학 해보니 빡빡한 생활이 저랑은 맞지 않았어요. 입학이 목표였기 때문에 굳이 졸업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 즉시 학업을 멈췄습니다.
-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범 씨의 음악 인생에 이 수상경력이 어떤 의미가 될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인생은 항상 큰 바다에 정처 없이 떠도는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 게 맞나’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라고 스스로 자문 하고 있을 때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제 인생의 부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공연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요.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얻은 것과 아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디션은 항상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것,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해야 하는 것 그 자체가 유쾌하진 않았어요. 다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이 오히려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공연과 방송 후 항상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제가 120%를 쏟아내지 못했다는 거예요.
- ‘슈퍼밴드’ 출연 당시 유쾌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실제로는 유쾌할 때도 있지만 차분한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외적으로 수염도 있고 타투도 있다 보니 사람들에게 무서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마음으로 방송에 임했어요. 그래서 저를 유쾌한 모습으로 기억해주셨던 것 같네요(웃음).
- 인기 드라마였던 ‘멜로가 체질’ OST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기가 있긴 했다는데, 사실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 편이라 그 인기가 직접적으로 몸으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를 해줘서 알게 됐죠. 아! 특히 부모님이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 지난달 31일 싱글 ‘그댄 아름다워요’를 발매했습니다.
‘그댄 아름다워요’라는 곡은 처음으로 도전한 포크 발라드 곡입니다. 만든 건 2년 정도 흘렀는데 제 롤모델이기도 한 정지찬 형님의 편곡으로 완성이 됐습니다.
- 새로운 도전이라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르적으로도 달라졌지만, 요즘 노래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노래 자체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지니고 있던 경계들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해 나갈 테니 지켜봐주세요. 하하.
- 장르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네요.
‘지범은 어떠한 장르를 하는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들어요. 저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장르를 하는 사람인지 모릅니다.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생각이 내일과 다르듯이 제가 느끼는 것 도 매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곡을 쓰는 스타일이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입니다”라고요.
- 영화 대사를 보고 곡을 만들었다고요? 어떤 영화인가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입니다. 우연치 않게 이 영화를 접하게 됐는데, 영화 초반부에 나온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정확히는 기억나진 않지만, 야경을 보며 낭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요즘 ‘감성’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이는데 ‘낭만’이라 단어는 옛 느낌, 혹은 점점 사라져가는 단어라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조금은 슬픈 마음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평소에도 영화에서 주로 모티브를 찾아내는 편인가요?
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전했던 곡도 영화 ‘타짜’의 김혜수 배우를 보고 만들었어요.
- 지범 씨에게 ‘낭만’은 무엇인가요?
제 낭만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동물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걷고 함께 웃는 것입니다.
- 지범의 음악적 색깔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검은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색 이기도 하고, 모든 색이 합쳐지면 검은색이 되잖아요.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앞으로는 또 어떤 색을 보여줄까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초심을 유지하는 선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대중들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싶네요.
-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8월에 디지털 싱글 한 곡과 연말이 오기 전 EP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연말 공연도 계획 중에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