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해서 뭐하나?…이인영·박지원 임명 강행 움직임에 성토 목소리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7.28 04:00
수정 2020.07.28 05:27

文대통령, 야당 불참한 이인영 임명안 재가…박지원도 같은 수순 전망

이인영 아들 문제, 박지원 학력 위조·대북 송금 논란 해소 안 된 채 임명

文정권,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임명 강행 23차례…이제 단독 채택도 가능

야권 강력 반발…"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면 결국 질 것"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이인영 통일부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같은 날 인사청문회서 '학력 위조'와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한 의혹시 쏟아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각종 논란과 야당의 비동의에도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줄줄이 무사통과에 성공하는 상황을 두고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맥이 빠진 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및 대북 송금, 대북관 문제를 '송곳 검증' 하기 위해 통합당이 총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의 반대로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은 것이다.


박 후보자의 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박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청문회를 그냥 짓밟고 가겠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청문회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통할리 만무했다.


결국 정보위 통합당 간사 하태경 의원이 이날 오전 "심사숙고한 결과 박 후보자 청문회는 '자료 미흡'과 '증인 거부'라는 큰 제약이 있음에도 적극 참가해 후보자를 검증하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증인 채택에 적극 협조해주길 촉구한다"는 발언을 남긴 채 청문회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박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되던 시각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인영 통일부장관 임명안을 재가했고, 이 장관은 속전속결로 첫 출근을 했다. 앞서 이 장관의 청문회를 담당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장관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는데, 통합당은 그가 '아들 유학 자금 출처 및 병역 면제' 검증 문제와 관련해 자료 제출이 미비했던 점을 문제 삼아 해당 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현재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20일 이내에 청와대에 송부돼야 한다. 다만 국회가 송부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및 추미애 법무장관 등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 불발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23차례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은 21대 국회에 들어서며 또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176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거머쥔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통합당의 협조 없이도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제 어떠한 의혹과 결격 사유가 드러나도 합법적으로 임명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청문을 받는 자 입장에서 어떻게든 시간만 때우면 임명되는 그런 시스템이 되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인사청문제도가 가진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개정까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청문제도 개선 취지의 법안들은 이전 국회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의원들이 발의했지만 통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야권은 향후 국가의 통일외교안보라인을 담당할 이 장관과 박 후보자의 임명 강행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우리는 (전체 국회 의석의) 3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청문회가 통과는 되겠지만, 민주당은 전투에서는 이겨도 전쟁에서는 지는 결과를 맡게 될 것이다"며 "많은 국민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게 되면 결국 전쟁에서 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형두 통합당 대변인도 "여당은 단독강행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아무 일 아닌 듯 임명안을 재가했다"며 "통일외교안보는 초당적 협력이 필수인데, 인사청문회 과정부터 야당의 최소요청은 묵살당했다.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의 업무수행능력, 도덕성을 국민의 눈으로 점검하고 견제하고자 도입된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국회의 일원인 여당 스스로 훼손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 또한 "국민 대다수의 시각을 거스르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내세워 오만방자함이 담긴 모습으로 밀어붙이기식 코드인사를 고집한다면 현 정권의 패착에 대한 상실감에 국민들의 공분은 날로 커져만 갈 것"이라며 "인사가 곧 만사인데, 청문회를 가장하여 그럴듯한 들러리를 세워 검증하는 것은 중소기업 말단 신입직원 채용만도 못한 어처구니 없는 인사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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