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문턱 외식업계, 코로나19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사면초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7.01 05:00
수정 2020.06.30 21:12

가게 접을 때도 목돈 필요…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이 손실 눈덩이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잦은 매각설에 사업 철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두고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도미노 폐업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식업계의 경우 빚으로 연명하는 중소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도 폐점에 속도를 내면서 연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당초 지난 29일로 예정됐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을 넘겼다. 앞서 지난 19일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 8590원 대비 25.4% 오른 1만770원을 제시한 바 있다.


또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도 부결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도 기존 방식대로 모든 업종에 대해 같은 금액이 적용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업계는 비상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0% 이상 가파르게 상승한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폐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지난달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반짝하는가 싶었다가 한 달도 안 돼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며 “2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하지만 올해처럼 힘들었던 해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은행 대출도 더 어려워지고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안 보여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그냥 가게 문만 닫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권리금은 빼더라도 밀린 월세에 직원들 월급 그리고 가게 원상복구 비용까지 감당할 수 없어 폐업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지에 따라 수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의 경우 가게를 내놓아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회수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빚으로 연명해 온 외식 자영업자들이 많은 만큼 목돈이 들어가는 폐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외식 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 인건비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신세계푸드, CJ푸드빌 등 대기업 외식업체들은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토종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는 계속된 실적 부진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삼양그룹은 지난 4월 외식사업 진출 14년 만에 세븐스프링스 사업을 접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는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있는 직원도 내보내는 상황이라 인건비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달 23일 발간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최저임금 증가율로 인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 취업률이 최대 4.6%p(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경연이 작년 5월 내놓은 '최저임금 차등화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보면 2021년까지 법정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향후 4년간 총 62만9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외식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식업 자영업자의 인건비 비중이 최대 40%를 넘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통 원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등 여파로 인건비 비중이 원재료비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영세업체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높은 탓에 정부의 소상공인 육성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에 채용규모는 더 줄고, 가맹점주들도 풀타임 근무자 보다 파트타임 근무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단기 일자리만 늘어나는 것은 구직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용자와 근로자 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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