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K-헬스케어 급성장에도 세계 시장 비중 1%...퀀텀점프 필요"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퀀텀점프(Quantum Jump·대약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헬스케어'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신남방국가 등에 의료거점을 설치하는 등의 과제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4일 K-헬스케어(제약·의료기기·의료용품·위생용품)의 최근 수출 동향과 위상을 분석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퀀텀 점프'를 위한 3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제품과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지며 K-헬스케어는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월 수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5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59.4% 증가하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종전 2%대 안팎에서 3.4%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세계 헬스케어 교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달러 규모의 세계 헬스케어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은 98억달러로 점유율은 1%, 순위는 20위에 불과했다.

이는 경쟁국인 일본(226억달러·2.3%)와 싱가프로(183억달러·1.8%)보다 뒤지는 것으로 양국의 순위는 각각 11위와 13위를 기록했다.

전경련은 K-헬스케어가 향후 5∼6년 이내에 디스플레이나 무선통신기기처럼 연 수출 150억∼200억 달러 수준의 캐시카우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연평균 12.5% 성장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0년 글로벌 제약사 유치를 위해 15년간 270억달러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15년간 면세 또는 5∼15% 감면하는 세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기준 노바티스와 로슈 등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7곳이 싱가포르에서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고 30개 본사와 50개 연구개발(R&D) 센터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전경련은 이와 비교해 국내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싱가포르보다 높고 제대로 된 생산인력 교육 시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해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신남방국가에 K-헬스 의료거점을 설치하는 과제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기준 일본식 의료거점 14곳을 구축했고 ODA를 활용, 의료·헬스케어 관련 인프라 정비, 인재육성, 현지의료 고도화 등의 패키지 형태로 신흥국 대상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의약품 상호인증국 확대 등 K-헬스케어 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전경련이 제약사와 종합병원 3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과 기관의 30%가 신흥국의 인증 등 비관세규제를 해외비즈니스의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의약품에 대한 해외 허가 규정 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의약품 상호 인증 협정의 체결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기업인 임국금지 및 제한 조치의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하반기 예정된 전경련의 타이완·호주·미국·일본과의 양자 회의체와 세계경제단체연합(GBC),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 등 다자 경제협력 회의체를 통해 K-헬스케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톱(Top) 헬스케어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