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된 남북 정상 핫라인, 애당초 '먹통'이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6.22 10:06
수정 2020.06.22 10:26

'메모광' 볼턴, 한미 정상의 오찬 대화라고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간 '핫라인(직통 연락망)'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털어놨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는 23일(현지시각) 출간을 앞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는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했던 지난해 6월 3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오찬 대화 내용이 서술돼있다.


당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즉석 회동'을 성사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회동에 앞서 문 대통령과의 오찬을 가졌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해당 오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트위터를 통해 만나기로 한 것은 거대한 신호 같다"며 "다른 누구도 어떻게 그와 연락할지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이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그(김정은)는 전혀 거기 간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confessed)고 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그 전화는 주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도 했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은 지난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합의한 내용이다. 한국 핫라인은 문 대통령의 여민관 집무실 책상 위에 마련돼 있다.


남북은 핫라인 실제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통화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같은 해 성사된 판문점 정상회담(4월 27일) 전후로 정상간 통화가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4월 27일 전후로 남북 정상간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은 지난 9일 정상간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연락선을 차단한 상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해당 오찬에서 한미 정상이 주고받은 '자잘한 대화'까지 상세히 기술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짧지만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할 것 같다"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도 매우 좋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회고록에는 문 대통령이 "한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하자 트럼프가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한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강연에 나섰다는 내용도 담겼다.


'메모광'으로 이름난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근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일이 기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기밀을 다루고 있다며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판결에 따라 '볼턴 회고록'은 오는 23일부터 정상 판매될 전망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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