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방 법사위…'윤석열 옥죄기' '한명숙 구명' 시작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6.19 04:00
수정 2020.06.19 05:52

與, 법사위서 윤석열 때리고 한명숙 구명

추미애, 산회 직후 대검 감찰부에 감찰지시

한동수 감찰부장은 조국이 임명한 인사

서울지검에 배당한 윤석열과 충돌 불가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위증교사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본부가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18일 민주당 일방으로 열린 법사위 업무보고를 끝마친 직후의 일이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와 상반된 내용으로 한 전 총리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와 검찰이 또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날 오후 법무부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해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결과를 지켜보고 추후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4월 7일 한 전 총리 사건 검찰 쪽 증인이었던 최모 씨가 법무부에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과거 재판에서의 본인 증언이 검찰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는 해당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에 이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징계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의견충돌이 있었다. 한 감찰부장은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추 장관의 이날 지시는 윤 총장의 판단을 뒤집고, 한 감찰부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한 감찰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임명한 인사다. 두 사람은 앞서 채널A와 윤 총장 측근 검사장 사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두고도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추 장관의 지시 배경에는 여당 일방으로 열린 국회 법사위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을 서울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윤 총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용민 의원은 "대검 감찰부에서 법무부 직접 감찰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고, 박주민 의원도 "감찰이 시작됐는데 배당 형식으로 사건을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게 감찰부의 존재의의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이 감찰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진상 확인을 지시한 조치는 옳지 않다"며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감찰의 전속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도 했다. 추 장관의 감찰지시는 이 같은 내용의 법사위 업무보고를 마친 직후에 이뤄졌다.


법조계 "기관 책임자가 판단할 일...시효도 지나"
진중권 "정권 말기 비리 대비한 검찰 무력화 의도"


하지만 법조계는 추 장관의 지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서초동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 전 총리 사건수사팀 문제는 이미 징계시효 5년을 완성한 지 오래"라며 "진상규명 차원에서 감찰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관 책임자인 윤 총장의 판단에 따라야할 일"이라고 했다. 결국 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은 한 전 총리 구명과 윤 총장 흔들기가 아니겠느냐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일하는 국회'를 외치던 민주당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법사위원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명숙 구하기'에 나섰다"며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강탈 목적이 사법부 장악을 통한 '한명숙 구하기'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한명숙 사건 재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VIP 숙원사업으로 보인다"며 "검찰을 때려 적당한 도덕적 명분을 만든 뒤 사면을 해주려는 계획"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집권 후반기 정권을 향한 검찰의 칼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권 말기 으레 터져 나오곤 하는 비리에 대비해 검찰의 손을 묶어두려는 듯하다"고 의심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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