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임위 독식 현실화되나…원구성 법정 시한 당일까지 합의 '불발'
입력 2020.06.08 04:00
수정 2020.06.07 21:14
여야 원내대표, 시한 하루 앞두고 회동 나섰지만 합의 실패
법사위·예결위가 쟁점으로…그간 국회 관행으로는 야당 몫
민주당, 단독 본회의 열어 '18개 상임위 독식' 강행 가능성 제기
여야가 21대 국회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회법에 명시된 국회 원구성 시한 당일인 8일까지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합의 없이도 상임위원장 선출을 투표로 강행하겠다는 태세를 보이면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가지고 합의점 도출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다. 법률과 사법부를 담당하는 상임위인 만큼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그간 양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개원 국회에서 관행상 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 자리는 야당 의원의 몫이었다.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의 특성상 견제 기능이 강한 두 상임위를 야당에 양보해 왔던 것이다.
이에 더해 전체 상임위원장 배분도 의석 수 비율에 따라 여야가 관행적으로 나눠 가져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21대 국회 출범 당시부터 177석의 거대 의석수를 얻었다는 이유로 18개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아 야당의 반발을 샀다.
7일 회동에서도 김태년 원내대표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힘을 뺀 법사위원장을 통합당이 가져가는 대신 의석수 비율대로 11대7로 상임위를 나눠가지는 안을 제시하며, 통합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 18개 상임위 독식안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8일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대비해 국회 인근에 대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민주당이 통합당과 끝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상임위원장 표결 처리를 통해 독식에 나설 가능성이 관측된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8일 정오까지 각 당별 상임위 요청안을 제출해달라"고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강행이 현실화될 경우 '독선과 오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지고 가야할 부담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박 국회의장 또한 중립의 입장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한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80석을 얻어 지금의 통합당보다도 의석이 적었던 18대 국회에서도 법사위는 결국 민주당의 몫으로 양보했었다"며 "언젠가 다시 여야가 뒤바뀐다면 지금 보였던 행보를 다 어떻게 변명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오다 17대 국회 때 야당에 양보하는 '잘못된 관행'을 만드는 바람에 계속 정쟁이 되고 있다"며 그간의 관행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통합당 일각에서는 어차피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확보하지 못 할 경우 민주당의 독식을 내버려 두자는 의견이 나온다. 차기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모두 여당에 넘겨 "국회를 독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안기자는 복안이다.
팽팽한 의견차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우선 막판까지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이후 박 국회의장 주재 하에 만찬을 함께 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필요하면 박 국회의장이 내일 양당 원내대표와 협상 자리를 마련한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