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기본소득' 이슈 몰이 성공…'진취적 정당' 변화 이끈다
입력 2020.06.05 00:15
수정 2020.06.05 04:55
'진보보다 앞선 진취적 정당' 일성 내건 김종인, '기본소득' 이슈 몰이
통합당 관성 타파·진영 가리지 않는 이슈 선점 통해 체질 개선 돌입
대선 앞두고 국민 관심 높은 경제 이슈 선점 통해 확장성 담보 의지 평가
'진보보다 더 앞선 진취적 정당'으로 미래통합당을 변화시키겠다고 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화두로 평가받는 '기본소득제' 제시를 통해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통합당의 기존 관성을 타파하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이슈 선점을 통해 체질 개선에 돌입한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김 위원장이 제시한 기본소득제도가 당장 현실화 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논의에 불을 지핀 김 위원장 본인조차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세입 수준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실행할 수 있겠냐를 따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요원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재정 적자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진보 진영의 담론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배경으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 후 전면적인 이미지 쇄신과 함께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통합당의 입장에서, 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큰 이슈가 될 경제 문제에 있어 확장성을 담보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신율 "담론 꺼낸 것, 잘했다…국민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슈
기본소득이 꼭 진보 진영만의 '아젠다'도 아냐…국민들 호응 얻을 것"
진보 진영 다양한 이슈 흡수해 성공 이뤄낸 영국 보수당 사례도 회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담론을 꺼낸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이슈가 이번 총선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나. 어차피 코로나 정국에서 돈과 정책은 복지 쪽으로 쏠린다. 일단 국민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평가했다.
또한 신 교수는 "기본소득이 꼭 진보 진영만의 '아젠다'인 것만도 아니다. 기본소득제를 실시한 핀란드의 경우 우파정권이 이를 시행한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사례를 보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국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행보가 진보 진영의 다양한 경제적 이슈를 흡수해 집권에 성공했던 영국 보수당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영국 보수당의 정책을 살펴보면 기업 임원진 임금 제한, 노동 이사제 도입 등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서 보수 정당이 내세웠던 가치와 차별화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영국 보수당은 과거부터 유권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받아들여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지금도 이들은 영국 노동계층 상당수의 지지를 굳건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서 제기되는 '좌클릭' 비판 넘어서는 것이 관건
'기본소득' 담론 두고 당내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려
"진보 프레임…경쟁력 확보 의문" vs "文정부 꼬집기 위한 담론 제시"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이지만 여전히 '좌클릭'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실제 '기본소득' 담론을 두고 당내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막대한 재정 지출과 추경 편성만으로도 재정건전성 유지에 심각한 위기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 기본소득이라는 대규모 보편적 복지 제도 도입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당내 지적도 존재한다"며 "특히 기본소득 문제를 두고 지금의 정부여당과 싸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대가 만든 프레임에 들어가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더 매력적인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통합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언급한 배경을 보면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지 실제로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닌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성과는 불분명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꼬집기 위해 대비되는 개념을 먼저 제시했을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