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2)-자동차] 미래차 시대 본격화…판매망 재편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6.02 06:00
수정 2020.06.02 09:20

위축됐던 차 시장 정상화 시점, 친환경차가 공백 대체 전망

'드라이브스루' 효용성 증명...커넥티드카 기술 적용 가속화

언택트 선호, 기존 딜러망 붕괴로 온라인 판매 비중 늘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태 완화 후 ‘포스트 코로나’ 경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종별로 처한 상황에 온도차가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전자·자동차·항공·IT·철강·조선 등 업종별 현실과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거시경제 동향에 민감한 업종인데다, 교체수요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내구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판매 감소로 직결된다.


자동차 업계는 최소 1년 이상의 대규모 판매 공백 이후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이 기존의 기술과 시장 질서를 뒤엎을 만한 큰 전환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에 대비하고 있다.


◆ "위기가 변화를 만든다"…시장 공백 친환경차 대체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소 20%대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이 20%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고,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승용차 판매가 2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의 전망은 지난 3월 말 내놓았던 ‘14% 마이너스 성장’ 전망보다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중으로만 마무리되도 다행'이라고 볼 정도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태 종식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불안 심리 등의 여파를 감안하면 2년 이상 불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1~2년 간의 공백은 대전환기를 앞둔 일종의 ‘쉼표’가 될 수 있다. 특히 각국의 환경규제와 함께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그동안 위축됐던 20% 이상의 판매량이 기존의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친환경차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친환경차 전략에 적절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44종을 운영하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채울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으로 생산한 전기차도 내놓는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기존 내연기관자동차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을 확대하는 추세다. 쌍용자동차도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지원 하에 내년 코란도 기반의 준중형 SUV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잘 팔리던 것을 접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일정 기간 공백 이후 다시 열리는 시장이라면 좀 더 수월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이 일부 비인기 차급의 도태를 불러와 친환경차로의 대체가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비대면 시대, 스마트카·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시대 '성큼'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등 다른 미래차 기술과 모빌리티 서비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비대면(언택트)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만의 공간’인 자동차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드라이브 스루’에 적합한 IT 기술과 서비스가 자동차에 접목되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 ‘카페이’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카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ICPS)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으며, 올해 1월 제네시스 GV80을 시작으로 새로 출시되는 제네시스와 현대차, 기아차 브랜드의 신차에 카페이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코로나 강국’으로 부각시키는 데 일조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작된 비대면 접촉은 판매, 서비스, 공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카페이와 같은 차량 기반의 IT 서비스의 활용 분야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차량 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운전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요즘과 같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산되는 시기에는 운전자의 건강도 지켜준다.


현재까지 카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휴사는 SK에너지 직영 주유소, 파킹클라우드와 제휴를 맺은 주차장 정도지만 현대차는 독자 개발 플랫폼을 장점을 살려 앞으로 대형 간이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 판매 방식도 '언택트' 각광…온라인 방식 확산 전망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여러 자동차 기업들이 도입한 비대면 판매방식은 편의성 측면에서 검증을 마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판매망의 주류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지난 2월 신차 XM3 사전계약에 돌입하면서 XM3 전용 마이크로사이트를 개설하고 청약금 10만원을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획기적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사전계약 초기 12일간 계약된 차량 중 21.3%가 온라인 청약채널을 통해 계약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실제 판매에서도 소형 SUV 1위를 달리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르노삼성은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XM3 드라이브 스루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업사원이 직접 정기 소독을 완료한 시승차량과 함께 고객을 찾아가 감염 걱정 없는 안전한 시승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쌍용차 역시 지난달 상품성 개선 모델인 리스펙(RE:SPEC) 코란도와 티볼리의 마케팅에 온라인 커머스와 TV홈쇼핑 등의 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커머스 포털 11번가와 협력해 30만원 할인권을 66% 할인된 10만원에 판매하는 맞춤 혜택을 제공해 페이지 방문자 수가 약 20만건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CJ오쇼핑을 통해 두 차종을 소개해 방송 중 1500여 건의 상담을 접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해외 판매에 있어서도 온라인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자택 대기 명령과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며 그동안 구축했던 딜러망 붕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온라인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경우 올해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해 하반기 독일에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차량 구매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직접 판매를 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전체 미국 딜러의 50%가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연말에는 80%까지 확대한다.


인도, 러시아에서는 이미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상반기 중 시스템을 갖추기로 하는 등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다양한 변화들은 당장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얼마나 흐름을 잘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후발 업체들이 선두를 따라잡는 역전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