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에 덩달아 커지는 당내 말말말…고심의 통합당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5.24 06:00
수정 2020.05.24 06:05

민경욱 거듭된 의혹 제기에 하태경 "출당시켜야" 언급까지

당 지도부, '거리두기' 유지…김종인 "특별히 얘기할 것 없다"

유경준 "미베인 교수 논문은 오류지만 의혹에 면죄부는 아냐…정부여당 모든 데이터 공개해야"

민경욱 "세상의 모든 조롱 다 견디겠다…거짓은 참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해"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을 비롯한 보수진영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두고 당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 해당 의혹제기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지만, 논란이 계속될수록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민경욱 의원과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민 의원 측이 부정선거의 핵심 증거로 제시한 전산 조작 과정에서의 숫자 배열로부터 도출된 'FOLLOW THE PARTY' 문구에 대해 하 의원이 "이성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비판했고, 민 의원은 해당 문구를 도출하게 된 과정을 담은 자료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하 의원은 앞서 "민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민 의원 때문에 통합당이 '괴담 정당'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민 의원을 출당시키지 않으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출당을 요구할 자격도 사라질 것"이라며 "국민의 조롱거리고 되고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 당과 보수를 완전히 망하게 하는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출당' 언급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하 의원은 재차 "출당 요구가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민 의원이 당에 남아있으면 괴담으로 당이 심각히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현재 민 의원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전날 새롭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종인 위원장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로 신빙성을 두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 특별히 얘기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출범 초기부터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이 앞선에 나설 사안이 아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현재 지도부 차원에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며 "그렇다고 당 소속 의원의 의혹 제기를 일방적으로 묵살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의구심을 품고 있는 지지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당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해명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통합당 서울 강남병 당선자는 민경욱 의원이 부정선거 의혹 제기의 근거로 제시한 민경욱 의원이 수차례 부정선거의 근거로 인용한 미국 미시간대 월터 미베인(Walter Mebane) 교수의 논문이 가진 여러 오류를 지적하면서도 "미베인 교수의 연구자료에 오류가 있다 해서 부정선거 논란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과정, 선관위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제가 제기한 비판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생산적인 검증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당선자는 "선관위와 정부여당은 국민들과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한 점 숨김없이 밝히고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 사전투표에 한해 공개돼있는 연령별·성별·지역별 로데이터(raw data)를 당일투표까지 확대해서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각종 의혹이 이번 선거의 단순한 경향성이었는지, 혹은 부정의 여지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고 사전투표의 문제점을 따져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대해 "세상의 모든 조롱을 다 견디겠다만 재검표만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훗날 선거 부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모두 사실로 밝혀지는 그날에도 조롱의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짓은 참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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