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에 양분된 통합당 인사들…지도부는 '신중론'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5.14 15:48
수정 2020.05.14 15:52

민경욱 부정선거 의혹 주장에 이준석·김세연 등 공개 비판

당 지도부는 '신중론'…"어떤 상황인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지층 불만 폭주 의식한 듯…"지지자들·낙선자들 마음 헤아리지 않을 수 없어"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4·15 총선에서의 투표 조작 의혹을 놓고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 싱크탱크서 자체 분석을 통해 '근거부족'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민 의원의 계속된 문제 제기 및 지지층의 관련 민원이 쇄도하자 당 지도부는 일단 '신중론'에 들어간 모양새다.


1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은 총선이 끝난 뒤 일각에서 제기된 투표조작 의혹을 두고 당 고위 인사의 지시로 내부 검토용 분석보고서를 만들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사전선거 득표율이 비슷하다는 의혹 및 투표함 봉인 및 관리 과정문제가 있었다는 의혹 등이 검토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분석 끝에 "투표함을 포함한 선거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나 사전투표제도의 허점 등에 대해서 지적이 필요하다"면서도 "제기된 의혹들을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 의원을 향한 당내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총선 직후부터 해당 의혹을 놓고 민 의원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 의원 같은 경우엔 일반 유권자가 보시기에도 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본인의 의혹을 유튜브 채널들과 함께 하면서 제기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라며 "기승전결이 전혀 안 맞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김세연 의원도 민 의원을 향해 "부정투표가 현실에서 일어날 개연성을 확률로 따져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공모해야 가능하다”며 “현실에서 벌어졌다고 믿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인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 의원은 이날도 계속해서 관련 의혹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자개표기와 투표지 발급기를 수거하는 곳, 장비를 보관하는 곳, 요즘 불이 자주 나는 곳이 한 회사"라며 “그 업체가 장비의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누가 그 지시를 하고 있나. 그가 범인이다. 조해주(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그대인가”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아울러 자신이 제기했던 '경기 구리시 투표용지 유출 사건'을 두고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확전을 이어갔다. 앞서 민 의원은 유출된 투표용지의 존재를 두고 개표 조작의 증거라며 선관위에 책임을 물은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민 의원이 투표용지의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자 해당 투표용지가 도난당했다며 되레 그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날 선관위를 향해 민 의원은 "잔여투표지에 도장만 찍으면 적법한 기표지가 된다"며 "투표가 끝나는 순간 잔여투표지는 화약이요, 투표함은 불이된다. 둘은 될수록 멀리 떨어뜨려야 하는데 선관위 직원들은 그 화약을 불바다인 개표장에 들여놨다"며 거듭 공격을 가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의혹을 둘러싼 당내 인사들의 양분과 설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우선 상황을 지켜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에 "우리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니터하고 있다"며 "챙겨보고 문제가 있거나 하면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당 지도부가 명확한 스탠스를 정하지 않고 있는 데는 지지층의 민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통합당 지지층 일부는 당 공식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내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이어가고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으로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출하는 지지자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의혹의 대상이 된 지역사무실들 사정은 더 심하다고 전해들었다"라며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당 소속 낙선자들의 마음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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