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용산이 들썩인다고요? 자금출처조사 탓인지 잠잠한데”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입력 2020.05.12 06:00
수정 2020.05.11 22:26

용산정비창 개발 내용·집값 가격 문의만 이어져…“실제 거래문의 없어”

부동산 업계 “갑작스런 공급 발표로 시장 흔들어놓고, 추가 규제 한다니”

'미니신도시' 개발이 발표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 ⓒ이정윤 기자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소식 들리자마자 이 일대 부동산이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어요. 자금출처조사 때문에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용산구 재개발 일대 A공인중개소 관계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용산 ‘미니신도시’ 개발 기대감으로 들썩이는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수년간 중단돼온 용산국제업무단지에 대한 개발 소식이 들리자마자 투기수요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공공‧민간주택 8000가구와 국제 업무‧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용산구 일대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공인중개소 사무실에 매물과 호가를 알리는 내용이 붙어있다. ⓒ이정윤 기자

하지만 지난 11일 찾아간 용산 철도정비창 인근 재개발 지역의 분위기는 알려진 것과 달리 잠잠했다. 이 일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방문한 공인중개소에 한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문의전화 벨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이 근방에 매매 문의가 빗발친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한 번씩 오는 문의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여기가 지금 3.3㎡당 1억원 안팎이다”며 “자금출처조사 때문에 이곳을 매수하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강남권 거래도 막혀 자금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나마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경우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일부 있었지만, 이마저도 가격만 물어보는 데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갑자기 용산 철도정비창에 아파트를 8000가구나 짓겠다면서 잠잠하던 시장을 들쑤셔놓더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다는 건 뭔지 모르겠다”며 “이미 자금출처조사로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추가 규제를 하는 건 시장을 죽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이전하거나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지 인근 모습. ⓒ이정윤 기자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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