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거에 볼모로 잡힌 삼성의 미래
입력 2020.05.04 07:00
수정 2020.05.03 20:09
임박한 대국민 사과 이어 재판·수사 속도 전망
사법리스크로 오너 공백·경영 차질 우려 커
경제 비상 시국에 위기 극복 의지 꺾여선 안돼
삼성의 5월이 주목받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비롯한 관련 재판과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오는 11일로 시한을 못박은 대국민 사과에 시선이 쏠린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국민 사과문은 현재 내용과 수위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사과 이후에는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과 수사가 이어진다.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다소 지연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속행을 앞두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재판과 수사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해 재계의 우려 분위기도 여전히 감지된다. 재판과 수사의 속성상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거의 잘못으로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제 비상 상황에서 국내 최대기업 그룹이 총수 부재로 인해 위기 극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 2017년 1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약 1년여간 경영공백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 석방 이후 2년간 왕성한 경영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는 클 수 밖에 없다. 올해만해도 해외 출장을 포함, 총 6차례나 현장 행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을 펼쳐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의 파고는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이로 인한 난관은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위기 국면에서는 시장 환경이 더욱 빠르게 변화할 수 밖에 없어 오너의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력이 보다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향후 진행될 재판과 수사는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칫 이전과 같은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과 수사를 통해 과거 잘못에 대한 시비를 가리더라도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극복 의지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