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해진 현금부자…강남권 청약단지 ‘예의주시’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입력 2020.04.16 06:00
수정 2020.04.15 17:24

분양가 더 낮은데…평균 당첨가점‧청약접수 건수 일제히 하락

청약시장도 ‘자금출저조사’ 부담으로 작용…“그래도 현금부자에 유리해”

최근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는 반면 청약시장은 여전히 분양만 했다 하면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청약 당첨가점 평균이 낮아지고, 청약을 시도하는 현금부자가 감소한 분위기다. 이에 공급을 앞두고 있는 강남권 분양 단지들도 지금처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일 발표한 ‘르엘 신반포’ 전용 85㎡ 이하 물량 59가구의 당첨 평균 가점은 67.8점을 기록했다. 최고 가점은 74점으로 전용 59㎡와 전용 84㎡A에서, 최저 가점은 62점으로 전용 52㎡에서 나왔다.


신반포14차를 재건축하는 ‘르엘 신반포’는 지하 3층, 지상 22~34층, 3개동, 280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분양가는 3.3㎡당 4849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로또’로 불렸지만, 전용 84㎡ 이상은 분양가가 15억원이 넘어 중도금대출은 물론이고 입주시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도 불가능해 현금부자만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청약 결과는 대출규제와 고강도의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잇단 하락세를 보이는 강남권 매매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러나 미약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열기가 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르엘 신반포’는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을 재건축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3.3㎡당 4891만원)보다 소폭 낮게 책정됐음에도, 평균 당첨 가점이 60점대로 떨어지고 청약접수 건수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의 평균 당첨 가점은 70.33점을 기록했고, 1만1084건의 청약이 접수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또 다른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2020 한국의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평균 50.9%로 전년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 가운데 강남권 단지들이 청약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등이 신규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하락전환 하고 코로나19로 견본주택도 없이 분양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르엘 신반포’는 상당히 우수한 청약결과를 거둔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이 자금출처조사를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규제의 영향으로 당첨 가점이나 청약 접수 건수가 조금 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앞으로 남은 강남권 분양에서도 고강도의 자금출처조사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청약시장은 현금부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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