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리스펙 코란도, 스펙 더 쌓고 돌아왔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4.13 05:00
수정 2020.04.12 20:17

2500만원대에 9인치 내비게이션과 IACC 장착

요즘 SUV에 최적화된 가성비…엔트리 모델 편의사양은 아쉬워

리스펙 코란도ⓒ데일리안

쌍용자동차에게 '코란도'는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지난해 2월 기대를 모았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성적은 월 평균 1700대에 불과했다. 8년 만의 야심작 치고는 기대를 밑돌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쌍용차는 올해 신차 계획이 없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신형 SUV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기존 모델로 승부하려면 이렇다 할 만한 매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심 끝에 쌍용차는 볼륨차종인 코란도와 티볼리의 '스펙'을 '리빌딩'해 시장에 내놨다. 특히 2500만원대 가격에 9인치내비게이션과 지능형 주행제어(IACC)를 코란도에 장착함으로써 '가성비 좋은 SUV'로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쌍용차는 7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에서 미디어 대상 리스펙 코란도·티볼리 시승 행사를 가졌다.


이날 시승 코스는 호텔에서 출발해 이천 이진상회에 도착한 뒤 되돌아오는 총 90km 거리였다. 제공된 차량은 최상위 트림인 C7, 컬러는 플레티넘 그레이였다.


전면부 외관은 차체의 비율을 넓고 낮게 구현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였다. 볼륨감 있는 후드와 가운데 자리한 크롬 숄더윙, 양옆으로 LED 헤드램프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전체적으로 역동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티볼리 외양과 매우 흡사했다.


측면 캐릭터 라인과 C필러 엣지라인은 SUV의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만 후면부는 숄더윙이 상대적으로 위로 치우쳐 전체적인 조화를 깨트린다. '균형 잡힌 근육질의 신체'라는 쌍용차의 설명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


제원은 전장 4450mm, 전폭 1870mm, 전고 1630mm, 축거 2675mm로 SUV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고를 이전 모델 보다 10mm 늘렸다고 했다. 미세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운전자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의 매력도 상당하다. 2단 매직트레이를 활용해 적재공간을 최대 551리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 골프백 4개(또는 유모차 2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공간으로, SUV가 갖는 실용성을 잘 구현했다.


실내는 빈틈없이 촘촘하게 배치된 센터페시아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팔을 길게 뻗지 않아도 무리없이 주요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AVN 스크린 디자인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운전하는 맛을 더해준다.


실내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안락함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2열 레그룸이 넓은 것은 좋지만 송풍구가 없는 것은 단점이다. 풀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이 부분을 보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시승 차량의 파워 트레인은 1.5리터 터보 가솔린 모델로 3세대 아이신 6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구현한다.


가볍고 경쾌한 펀드라이빙…정숙성도 업그레이드


1.5리터 터보 가솔린 모델 답게 묵직한 맛은 적지만 주행하는 동안 가볍고 경쾌한 주행감이 지속됐다. 운동성능도 개선돼 터프한 펀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가속과 감속도 즉각적이다. 특히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고 속력을 높이면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개선된 운동성능을 보여준다.


고속에도 정숙성이 상당했는데 쌍용차는 엔진룸과 탑승공간까지 흡/차음재를 충분히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엔진마운트 시스템을 최적화해 엔진 노이즈의 실내 유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리어 프로펠러 샤프트에 다이내믹 댐퍼 2개, 리어 액슬 마운트에 4점식 마운트를 넣어 정숙성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주행모드는 노멀·스포츠·윈터 세 가지 모드로, 주행 여건상 노멀과 스포츠 모드 두 가지를 번갈아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진다거나 rpm의 수치 변화를 기대했는데 체감상 크게 느껴진 것은 없었다.


양재동에서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전 도로 정체가 20여 분간 지속됬는데 이 때 IACC 기능이 매우 유용했다. 앞차와의 간격과 속도를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크루즈 버튼으로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속도를 설정해두면 해당 속도 범위 내에서 앞 차 상황에 따라 알아서 멈추거나 출발한다. 신호 대기 중 앞차가 출발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자 곧장 클러스터에 팝업이 뜨며 경고음이 울렸다.


여러 안전 사양 중 차선중앙유지보조(CLKA), 긴급제동보조(AEB), 차선 유지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FVSA), 부주의 운전경보(DAA), 안전거리 경보(SDA) 등 기능은 엔트리 모델부터 적용됐다.


44km를 주행한 결과 연비는 10.7km/ℓ였다. 도로 정체가 있었고 틈나는 대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커넥티드 서비스 인포콘(INFOCONN)…운전하는 맛 '제대로'


리스펙 코란도는 커넥티드 카 기능을 탑재한 인포콘(INFOCONN)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주행하는 동안 3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모두 인공지능 검색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낸 뒤 담당자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문자 전송도 음성 인식으로 했다.


시승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는 인포콘 앱을 통해 원격으로 시동을 걸거나 차량 문을 열었다. 앱을 활용하면 차량과 떨어져 있어도 에어컨/히터, 앞유리 김서림·뒷유리 열선 기능을 자유자재로 켜고 끌 수 있다.


주행하면서 집안의 기기들도 원격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음성 인식 아이콘을 누르면 집안 스위치, 플러그, 가스 잠그미, 도어 센서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데 여건 상 직접 실행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이 음성 인식 아이콘은 원하는 컨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했다. '노래 틀어줘' '오늘 날씨 알려줘' '재미있는 얘기 들려줘'와 같은 명령 외에 "노래 불러줘"라고 말하니 인공지능이 "이 노래 아세요?"라면서 마법의 성을 부르기 시작했다.


혼자 운전하면서 펀드라이빙은 물론, 집안일까지 챙길 수 있는 최적화된 기능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리스펙 코란도를 설명할 때 '합리적' '실용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고급편의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으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사양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최상위 트림을 타보니 스펙을 리빌딩하기 위해 애쓴 쌍용차 고민이 여실히 느껴진다. 성능, 가격, 디자인 등을 고려할 때 1인 드라이버나 패밀리카, 생에 첫차로도 모두 어울린다.


다만 코란도가 기존 경쟁자인 준중형 SUV들, 그리고 상위 차급을 넘보는 소형 SUV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부터 낮춰야 한다. 그러려면 엔트리 모델부터 내비게이션, IACC 등 주요 첨단 안전사양을 장착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소형 SUV를 고민하는 고객들부터 아우르려면 이만한 매력 포인트는 필요하다. 올해처럼 신차가 부재할 때는 주요 옵션들을 엔트리 모델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란도 풀체인지 모델은 작년 2월 출시됐지만 같은 해 7월 가솔린 엔진이 출시된 후에야 V자 판매 반등에 성공했다. 새롭게 탄생한 코란도가 티볼리, 렉스톤처럼 볼륨 차종 역할을 톡톡히 해낼 지 주목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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