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투자 연기하고 배 줄이고" 조선·해운업계, 부담 가중
입력 2020.04.06 14:44
수정 2020.04.06 14:45
해운사, 운임 하락에 얼라이언스별 임시결항 규모·기간 확대
주요 발주사 투자 축소로 올해 선박·플랜트 수주 감소할 전망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선사·에너지 기업들이 잇달아 투자를 축소하거나 프로젝트를 연기하면서 조선·해운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운사들은 임시결항(blank sailings) 규모를 확대하고, 조선사들은 각종 수주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황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해운사들은 운항 선대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먼저 현대상선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는 이달 북유럽, 지중해, 미주, 대서양(미주~구주) 구간 등을 오가는 배 일부를 항로에서 제외하는 임시결항을 실시한다. 각각 4척, 4척, 10척, 2척 등 20척 규모다.
머스크와 MSC가 소속된 2M도 2분기(4~6월) 동안 북유럽과 지중해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2M의 운항 선대 중 약 21%의 선복량(공급) 축소가 예상된다.
해운사들의 임시결항 시행으로 해운 운임은 소폭이나마 반등했다. 상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SCFI는 3일 기준 890.37로 전주 보다 0.57포인트 소폭 올랐다.
미주 서안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9.7% 오른 1662달러, 미주 동안은 0.9% 상승한 2782달러다. 다만 유럽 운임은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750달러로 전주 대비 1.8% 가량 떨어졌다.
운임은 소폭 올랐지만 물동량이 저조해 완전한 회복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업계도 코로나19 여파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시황 악화와 재정 부담으로 글로벌 선사 및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및 외신 등은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이 추진중인 봉가 사우스웨스트(Bonga Southwest) 프로젝트의 해양플랜트(FPSO) 수주전이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수주전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삼성중공업과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쉘이 올해 자본 지출 규모를 50억달러(약 6조원) 줄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쉘 뿐만 아니라 플랜트 엔지니어링업체인 테크닙FMC도 자본 지출을 약 30%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여러 글로벌 업체들이 비상 상황에 대응중이다.
선박 발주 규모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당초 올해 1345척의 선박 발주를 예상했으나 최근 44% 줄어든 756척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선사·에너지 기업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조선사들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2분기 상황에 따라 하반기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