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20] 윤석열 겨냥한 여권의 '검언유착' 프레임…자충수 우려 솔솔
입력 2020.04.04 04:00
수정 2020.04.04 04:49
유시민·조국도 뛰어들어 '검언유착' 규정
추미애, 대검에 사실관계 파악 지시
녹취록과 한동훈 검사 동일여부 불분명
야권, 악의적 '윤석열 흔들기'로 판단
채널A 기자가 ‘윤석열 측근’ 검사장의 녹취록을 이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내놓으라며 압박한 사건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유 이사장이 직접 ‘검언유착’이라고 규정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하지만 녹취록의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제보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한 유시민 이사장은 “언론을 컨트롤 하는 고위 검사들과 법조 출입하는 기자들은 그냥 같이 뒹군다”면서 “기본적으로 짜고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측근’ 검사장이 결탁해 협박을 했다는 얘기다. ‘한동훈 검사’라는 실명도 공개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페이스북에 ‘검언유착’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에 뛰어들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여러 가지 의문점에도 법과 원칙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장관은 대검에 사실관계 파악을 지시했으며, 대검은 채널A와 MBC 측에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감찰여부는 조사결과를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범여권 인사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윤 총장이 있다고 보고 여론몰이에 나선 바 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언유착, 그 폐해를 알리려 나섰다”며 “못된 버르장머리의 뿌리를 뽑겠다”고 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녹취록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며 “모종의 기획에 윤 총장이 개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윤 총장이 대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제보자, 사기·횡령 전과자에 열린민주당 지지자
과거 조국 사태 때 정경심 옹호하기도
하지만 채널A 기자가 위력용도로 내세운 녹취록과 음성이 실제 한 검사장인지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검사장이나 채널A 측 모두 부인하고 있어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있어 수사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언론에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음된 녹취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반대편에서는 여권인사들과 MBC가 ‘권언유착’을 통해 윤 총장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례적으로 타사의 취재과정을 담았다는 점, 제보자의 주장만 믿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를 ‘윤석열 측근’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제보자가 횡령·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고 열린민주당 지지자로 파악되면서 제보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제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전 비서관과 황 전 국장의 사진을 올려놓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적었으며,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거다”며 MBC보도를 사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조국 사태 당시에는 M&A 전문가로 소개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경심 교수를 옹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 거꾸로 여권과 MBC의 ‘권언유착’ 의심
법조계 “윤 총장, 더 원칙대로 수사할 것” 예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감옥에 있는 이철 만나서 편지 받아오고 MBC 기자 만나서 작전 짜고, 이거 자기 혼자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열린민주당 차원에서 해명이 필요하다. 최강욱과 황희석을 대체 무슨 작전에 들어갔던 것일까”라고 윤 총장을 흔들기 위한 악의적 기획으로 판단했다. “그 사기꾼, 쐬주(소주) 한 잔 사주라”고도 했다.
김근식 미래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채널A 법조팀의 취재에 대한 과잉의혹”이라며 “(채널A) 기자의 부적절한 처신과 취재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을 마치 윤 총장과 최측근인 검사장과의 연결 속에 검찰이 개입해 유 이사장까지 엮으려 했던 거대한 음모로 해석하는 것은 과장과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김모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운용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김 본부장에 대해 라임자산운용 자금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지원하고 특혜를 받은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한 곳이다. 특히 김 회장은 청와대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조 6천억원대 환매중단 피해를 일으킨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모 본부장에 앞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 그리고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도피를 도운 2명 등을 구속하는 등 지난 일주일새 피의자 7명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여권 인사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윤 총장은 더 강하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신라젠이든 라임이든 방해한다면 강대강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