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②] 여성 듀오 ‘열두달’이 빚어낸 빈틈없는 시너지
입력 2020.04.01 14:40
수정 2020.08.05 15:19
"코로나19로 콘서트 연기, 작지만 큰 힘 되고 싶다"
데뷔 후 매달 12일, 자작곡 발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목소리, 지내온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곡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가수들의 협업, 혹은 그룹 활동이 힘든 건 각자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가끔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해서다. 그런 면에서 여성 듀오 열두달(12DAL)의 음악은 섬세함과 조화가 돋보인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음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열두달의 멤버 나율과 예림은 각각 버클리음악대학,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만큼 이력도 화려하다. 나율은 엠넷 ‘슈퍼스타K7’에, 예림은 SBS ‘K팝스타 시즌5’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각자의 기량을 끌어올린 후 2018년 8월, 드디어 열두달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D. 두 사람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프로그램 이후에 두 명이 모두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고, 그 후에 서로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하던 중에 자연스럽게 (소속사의) 추천을 받아서 함께 하게 됐어요”
D. 가창 스타일이 너무 다른데, 한 팀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어우러지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다.
“맞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열두달의 음악 색깔 자체도 제가 주로 부르던 장르가 아니었거든요. 나율 언니와도 마찬가지였어요. 언니는 굉장히 맑고 부드러운 목소린데 저는 알앤비틱하고 딥한 스타일이어서 둘이 잘 묻어나지 않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도 예속 연습하고 합을 맞춰 나갈수록 서로 다른 목소리가 의외로 매력적으로 들리더라고요. 두 사람의 삶을 공유하면서 오히려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할까? 잘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해요”(예림)
“저도 예림이 말에 동감이에요.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요. 그래도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매일 만나고, 연습하고, 등산도 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새로운 것을 고민하게 됐어요.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고, 만들어가야겠죠?”(나율)
D. 예림 씨의 특기가 ‘공감 능력’이더라. 한 팀으로 어울릴 수 있었던 것에 예림 씨의 특기가 발현 됐나.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확실히 공감 능력은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유를 찾아가고 있어요(웃음)”(예림)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는 말이 너무 재미있네요. 하하. 진짜 사실이에요. 예림이가 대화 능력이 진짜 뛰어나거든요. 열두달의 소통 담당이랄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 ‘소통머신’ 예림아”(나율)
D. ‘열두달’이란 이름은 계획 했던 건가. 매달 12일 즈음에 신곡을 내놓고 있는데.
“‘열두달’이란 이름을 들으면 굉장히 친근하고 정감이 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사계절, 그러니까 열두달 내내 열심히 노래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한 달에 한 곡씩 곡을 발매하는 거고요”
“매달 12일에 앨범을 내놓다 보면 대중들이 저희를 인식하는 데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12일인데 또 발매하겠네’라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웃음)”
D. 지금까지 내놓은 곡의 대부분이 자작곡이던데. 부담이 되진 않나?
“부담이 없진 않아요. 사실 힘들 면서도 감사하고, 또 재미도 있어요. 참 복잡한 감정이죠? 하하. 그래도 제 노래를 매달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솔직히 힘들어서 불평할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반성해요. 이게 진짜 소중한 기회잖아요”(나울)
D. 이번 달(3월 12일)에도 역시나 새로운 곡이 나왔다. 어떤 곡인가.
“사실 작곡할 때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쓰는 게 아니라 항상 곡 설명이 저에겐 가장 어려워요. 굳이 설명을 하자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아름다운 갈망이라고나 할까요? 언젠가 이 노래를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꼭 불러주고 싶어요. 아! 제가 쓴 곡이지만 너무 높고 힘들어서 예림이에게 많은 파트를 분배했답니다. 하하”(나율)
D. 의도치 않게 많은 파트를 맡게 된 예림 씨의 소감은?
“아, 진짜 힘들었어요. 진짜 높더라고요. 이전에도 분명 음역대가 높은 곡들이 있었는데 이 곡은 특히나 더 높게 느껴졌어요. 녹음하면서 어지럽기까지 했다니까요? 하하. 그래도 결과물이 좋아서 만족스러워요.(웃음)”(예림)
D. 사실 여성 듀오라고 하면 다비치를 떠올리게 되는데. 열두달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을까.
“저희 나이 또래인 2~30대 분들의 삶과 감정을 노래에 담을 수 있다는 게 저희의 매력이 아닐까요? 청춘들이 고민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쉽게 노래에 풀어내는 게 열두달의 강점인 것 같아요. 성격도 털털한 편이거든요. 친한 언니 혹은 누나 같은 매력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D. 그래서인지 최근 유튜브에 올린 커버 영상들의 반응이 아주 ‘핫’하다.
“그렇죠? 처음엔 조회수가 믿기지 않더라고요. 하루가 다르게 계속 올라가니까…. 제일 좋았던 부분은 많은 분들이 보시고 댓글에 의견을 올려주시는 거예요. 그런 피드백이 정말 중요한데, 노출이 많이 된 만큼 여러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던데요? 매일 영상을 보시고, 댓글까지 다 보세요. 하하. 주변에 자랑을 얼마나 하시는지. 아주 뿌듯해요. 정말 딥한 알앤비 곡을 커버해보고 싶기도 해요. 알앤비를 부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특히 크러쉬 선배님 곡이요!”(예림)
“저도 진짜 놀랐고, 기뻤어요. 동시에 또 무슨 곡을 해야 하는지 걱정도 밀려오더라고요. 앞으로는 열두달 색깔에 맞게 편곡된 기존의 가요나 OST를 부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나율)
D. 작년에 첫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될까.
“아 첫 콘서트.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우리만의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공연을 하는 게 이렇게 색다른 경험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원래 올해 3월에도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5월 3일로 연기가 됐어요. 하루 빨리 전 세계가 마스크 없이 햇빛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예림)
“코로나19로 다들 많이 외롭고 힘들 것 같아요. 아픔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우리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저희 노래가 작지만, 큰 힘이 되어드린다면 좋겠어요. 항상 친구처럼 편하고, 힐링을 주는 가수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나율)
D. 앞으로의 열두달의 방향성도 궁금하다.
“아마 열두달 내내 노래하겠죠? 하하. 지금처럼 매달 한 곡씩, 디지털 싱글 형태의 곡을 통해 여러분과 노래로 소통할 것 같아요. 매달 12일은 열두달 생각. 아시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