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금·채권 다 필요 없다…현금에 쏠리는 투자자들
입력 2020.03.19 11:08
수정 2020.03.19 11:09
코로나 펜데믹에 “더 오르기 전에 사자”…원·달러 환율 1260원대 육박
안전자산 1순위 금값은 하락세…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펜데믹(대유행)으로 몰아가면서 세계경제가 급격한 돈맥경화에 빠지고 있다.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금과 채권 등도 지금으로선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국제금융시장을 보면 시장 현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환율의 경우 달러화 지수는 1.3% 상승했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0.8%, 0.4% 하락하며 코로나19 영향을 받고 있는 흐름이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 속에 유동성이 강한 미국 달러화 매입이 우위라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둔화 우려로 다수 투자자와 기업은 무차별적 금융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이러한 여파로 주요 주가지수가 30%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경기하강기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가격이 상승하는 국채와 우량 회사채도 반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경제적 충격 정도를 예상하기 어려워 금융시장 불확실성 상태가 단기간 완화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이 코로나19로 혼란을 거듭하자, 국내 금융시장도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지난주까지 고공행진을 펼쳤던 금값은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줄곧 내리막길이다. 19일 오전 9시 20분 기준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3% 내린 6만40원에 거래됐다.
금에 투자하는 펀드도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 18일 기준 금 펀드 12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2.45%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25.53%)나 해외 주식형 펀드(-20.27%) 평균 수익률과 비교하면 선방했지만 전통적인 안전자산 면모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수익률이다.
투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금 펀드 12개 설정액은 총 3803억원으로 최근 1개월간 120억원 줄었다. 최근 3개월간 보더라도 285억원 감소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인 금 가격 하락은 위험자산 시장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증가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익 실현 수요 증가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국고채는 19일 오전 오전 9시 30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1bp(1bp=0.01%p) 상승한 연 1.081%를 기록했다. 10년물은 연 1.542%로 4.0bp 올랐고, 5년물은 연 1.297%로 4.1bp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 상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린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18일(현지시간) 3대 주가지수 모두 급락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만 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이날 상승 출발했다가 이후 하락과 상승을 오가고 있다.
한편 원·달러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은 1254원으로 0.8% 절하됐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3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7원 오른 달러당 1259.0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11.3원 급등한 1257.0원에서 출발한 뒤 한때 1259.0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1250원을 넘은 것은 2010년 6월 10일(1271.5원)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달러화 강세가 향후 세계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