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통합당 '강남' 공천…논란 이어져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3.13 17:36
수정 2020.03.17 21:44

강남 갑·을·병 세 지역 모두 공천 잡음에 골머리 앓아

강남병 김미균 공천 철회 논란…김형오 사퇴 도화선

갑·을도 논란…김종인, 선대위원장 조건으로 철회 요구

미래통합당의 서울 강남구 지역 공천이 말썽이다. 강남 갑·을·병 세 지역구 모두 잡음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강남병 지역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의 도화선이 되기까지 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강남병에 전략공천을 단행했던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공천을 철회한다고 밝히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공관위원장을 사직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김미균 대표는 공천 확정 직후부터 과거 자신의 SNS에 문재인 대통령 및 여러 진보 인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다.


김 위원장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유권자의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 있는 데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공관위원장인 나에게 있다"며 "김미균 대표같은 원석같고, 앞길이 탄탄한 분을 어렵게 영입했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심경에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사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행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있어왔기에 단순히 김미균 대표 사태 하나만으로 김 위원장이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보긴 힘들지만, 강남 지역 통합당 지지자들이 이날 김 위원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결정적인 계기를 촉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병 지역 한 통합당 책임당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미균 대표의 공천 확정 이후 침통한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이 떨어져서 통합당 선거 못 도우겠다'며 탈당을 예고한 분도 계셨다"고 언급했다.


강남 지역 공천 논란은 비단 강남병 한 곳만이 아니었다. 최홍 전 맥쿼리자산운용 대표가 전략공천 된 강남을 지역 또한 김형오 위원장의 사천(私薦)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홍 후보자가 김 위원장이 부산 지역에서 의원 생활을 하던 당시부터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평가됐던 탓이다. 통합당 최고위가 공관위를 향해 재의를 요구한 6개의 지역구 안에 강남을이 포함된 바 있다.


탈북민 출신의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이 공천된 강남갑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합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태 전 공사의 공천을 두고 "국가적 망신"이라며 "공천을 이벤트화했다"고 비난했다가 통합당 인사들로부터 사과를 요구받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최홍 후보의 공천 철회와 태 전 공사의 비례대표 출마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강남 지역 통합당 책임당원은 통화에서 "이제 이 지역이 보수정당의 '텃밭'이라는 말도 다 옛말이다. 갑·을·병 지역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싸워도 모자를 판에, 계속해서 논란이 벌어지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당 지도부 차원의 현명한 교통정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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