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철수는 또 다시 중도 노선을 택했나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입력 2020.01.20 06:00
수정 2020.01.21 10:29

정계복귀를 선언한 후 19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향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중도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천명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으로부터 보수통합에 함께하자는, 바른미래당으로부터 당에 복귀해달라는 러브콜을 각각 받았지만, 그가 택한 건 제3의 길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신당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 과거지향적이며 무능한 국정이 자리잡고 있다"며 "그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며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는 야당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판단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안 전 대표가 정계입문한 계기, 그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 자체가 '중도'와 '새정치'에 있다는 점에서 선택지 자체가 한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중도노선을 걸어온 그가 또다시 보수노선으로 바꾸는 것은 한국 정치 문화와 분위기상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안 전 대표 본인도 대선과 지방선거의 잇따른 패배로 미완에 그친 '중도정치'와 '새정치'를 완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안 전 대표를 오랫동안 지켜온 한 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본인이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는 소명의식이 더 크다"라며 "대한민국이 반으로 쪼개져 무한 대결을 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중도진영이 넓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성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충성도가 높지 않은 준무당층까지 포함하면 중도층은 최대 40%까지 달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독일로 건너가던 2018년과는 정치지형이 많이 바뀌었다"며 "진보는 정의당과 민주당, 보수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있지만, 중도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20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두고 '호남 기반의 신당' 가능성도 나온다. 안 전 대표도 귀국 입장문에서 바른미래당의 분열에 대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는 신념에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셨던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늦었지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해 최순애 정치평론가는 "호남이 안 전 대표의 정치 시작점이자 베이스였다는 점에서 찾아가 인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안 전 대표가 말한 중도에는 동서화합의 의미도 포함된다. 진보와 보수의 화합, 시장과 국가의 조화 등도 포함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안 전 대표가 중도 노선을 천명한 만큼 영·호남과 진보·보수 무엇하나 등한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에 "관심없다"고 일축했지만, 총선 전 선거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총선 막판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에 따라 야권이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안 전 대표 본인 역시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지만, 일단은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 세력화는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안철수계 의원들 대부분이 비례대표라는 한계도 작용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손 대표와 만나 당권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크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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