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법안 운명은…"협상 부담은 민주당이 가장 커"
이슬기 기자
입력 2019.12.10 03:00
수정 2019.12.10 05:47
입력 2019.12.10 03:00
수정 2019.12.10 05:47
내일 본회의서 처리키로 한 예산안부터 '시각차'
선거법·공수처법 협상은 더욱 어려울 듯
양당 모두 '협상 불발' 시나리오에 대비
내일 본회의서 처리키로 한 예산안부터 '시각차'
선거법·공수처법 협상은 더욱 어려울 듯
양당 모두 '협상 불발' 시나리오에 대비
자유한국당이 199개 법안에 일괄 신청했던 필리버스터를 잠정 철회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여야 협상이 9일 다시 시작됐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국회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껴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정기 국회 안에 상정하지 않으며 △1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데 일단 합의했다.
내일 본회의서 처리키로 한 예산안, 시급한데…
3당 예결위 간사 회의 열고 '시각차' 드러내
여야 3당은 이를 위해 우선 예산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전해철 민주당·이종배 한국당·지상욱 바른미래당 국회 예결위 간사는 이날 국회에서 간사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당장 예산안 협상부터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이 범여권인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 예산안을 한 차례 손질해둔 상태에서 급하게 한국당과 2차적 협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513조5000억원이었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을 순삭감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종배 예결위 간사는 "4+1 이라는 정체불명의 그런 협의체에 의해서 예산이 진행된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다"며 "물론 노력은 하겠지만 짧은 시간에 과연 많은 방대한 예산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 역시 "(오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은 4+1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시작된 것"이라며 "기존 (4+1) 논의는 '민주당 안'에 녹여 사용할 수 있겠지만 4+1 안 위에서 (3당이) 논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밤을 새서라도 성심성의껏 심사하고 내일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안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전해철 민주당 간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존의 4+1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극한 대치'한 선거법·공수처법 협상은 여전히 '난기류'
선거법은 250:50석에 연동률 낮춰 협상할 수도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도 일단 정기 국회 내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지만, 그것이 앞으로의 협상 타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수처법의 경우 여야 협상의 폭 자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그간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에서 백혜련 민주당 의원 안에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권은희 바른미래당 안을 추가한 수정안을 최종 조율해왔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한국당은 당초 입장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정견 발표에서 "만일 협상이 잘 안 되고 공수처법이 원래의 괴물 모습 그대로라면 차라리 밟고 넘어가라고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양당의 이해 관계가 비슷한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지역구 의석 250석, 비례대표 의석 50석 개정안에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안에서 50%인 비례대표에 대한 준연동비율을 25%까지 낮추면 한국당도 타협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연동비율 50%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25석에만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나머지 야당들과 논의해왔다.
민주당과 '4+1 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해오던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은 '야합'이라며 반발하겠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한다면 그대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한국당 모두 협상 불발에 대비
"4+1은 여전히 작동" vs "예산안 결과 보고 판단"
한편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합의가 또다시 불발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상 채널 역시 살려둘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내일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음 일정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겠지만 저희의 기본적 의지는 지금으로서는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라면서 “4+1 테이블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역시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한 의원총회의 명백한 동의를 받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예산안 합의 결과를 보고 재차 판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한 반발, 찬성 의견이 다양하게 있었다"며 "예산안이 제대로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 이런 얘기들을 나눴던 것이다. 예산안이 잘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할지는 그 때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고 있다. 이는 청와대의 뜻이기 때문"이라며 "선거법 개정안이 공조 세력을 만족시켜야 공수처법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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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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