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가 쏘아올린 공…韓日 '진실공방'으로 확산

靑 "합의 왜곡발표"에 日경산성 "사전조율한 내용"
정의용 "사과 받았다"고 하자 日 "그런 사실 없다"
日'자화자찬'→靑"견강부회"→日재반박 '악화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2일 협정 종료라는 최악의 상황 직전에서 '조건부 연장'이라는 극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이후 엇갈린 주장과 반박, 당국자 간 비판 발언으로 충돌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한 뼘도 밀리지 않겠다'는 날선 자존심 싸움이지만, 이면에는 국가 간 외교가 국내정치의 포로가 된 악순환이라는 지적이다. 양국이 자국 여론을 의식한 '우리가 양보를 얻었다'는 목소리의 톤을 낮추지 않는 한, 대화를 통한 타협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물밑조율 중인 한일정상회담 테이블이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양국 간 관계 악화가 지속될 경우, 자칫 '굳은 얼굴로 악수', '서로 입장만 고수' 등 정상 간 만남에서도 앙금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日합의내용 왜곡…靑"사과했다"vs日"안했다" 진실공방

25일에도 한일은 지소미아 합의 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번 논란은 일본이 한일 간 합의 내용 발표 시간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왜곡 발표한데서 비롯됐다.

청와대는 일본이 지소미아 합의 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과 관련해 사과를 받았다고 밝힌 반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라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진실은 정해져 있다.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이 합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한일 합의 내용과 관련해 약속된 시간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왜곡해 발표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日아베까지 나선 여론전…靑 '국가적행사 기간'에

이에 일본 경산성은 24일 자신들의 발표 내용은 사전에 한국과 조율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일본이 사과를 했다는 것과 관련해 "외무성의 한 간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아베 내각과 일본 언론들은 지소미아 합의를 '외교성과'라고 추켜세우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우리는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청와대도 비슷한 기조다. 상대국 정상에게 "양심을 갖고 한 말인가"라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강대강 정면대응을 선언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국가적 행사기간'이지만, 이례적으로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전면에서 나서서 '항일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 청와대 한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이 호스트인 국제행사가 열리는 기간에 참모들이 별도 이슈의 논평이나 브리핑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청와대가 지소미아 문제를 '여론의 화약고'로 보고,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