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터질 ‘레바논 침대축구’, 특효약 선제골

김윤일 기자
입력 2019.11.14 16:50
수정 2019.11.14 19:45

한국 축구, 레바논 원정서 좋지 않았던 기억

이른 시간 선취골 없다면 침대 축구 보게 돼

레바논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한국과 만나 고약한 '침대 축구'를 선보였다. ⓒ 데일리안DB

한국 축구가 ‘침대 축구’로 일가견 있는 레바논과 원정서 맞붙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레바논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FIFA 랭킹 39위의 한국은 91위 레바논에 비해 절대 우세의 전력을 지니고 있다.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공격진은 물론 짜임새를 갖춘 수비진까지 객관적인 전력이라면 레바논전 대승이 기대된다.

하지만 공은 둥근 법. 특히 대표팀은 베이루트 원정서 1승 2무 1패로 오히려 레바논을 압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1년 11월 열린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1-2로 패했고, ‘베이루트 참사’의 후폭풍이 조광래 감독의 경질까지 이어졌다.

또 하나 신경써야할 것이 있으니 중동팀의 전유물과 같은 ‘침대 축구’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툭하면 쓰러지는 ‘침대 축구’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이는 레바논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팀은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레바논을 만난 바 있다. 당시 대표팀은 ‘베이루트 참사’의 수모를 씻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나섰으나 여러 변수들과 마주하며 1-1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레바논은 불안정한 정세를 이유로 장갑차 수십 대와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 300여명을 경기장 밖에 대기시켰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한다는 설명이 있었으나 상대의 심리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 역시 깔려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침대 축구는 고약했고 분통을 터지게 만들었다. 특히 선제골을 넣은 레바논은 가벼운 접촉에도 아파 죽겠다며 잔디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등 노골적인 시간 끌기에 나섰다. 지나치게 시간을 지연시키다 보니 후반 추가 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제 꾀에 빠뜨렸던 기억이 축구팬들에게 아직도 선하다.

벤투 감독이 '침대 축구'를 보지 않으려면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어야 한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침대 축구를 막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선취골이다. 레바논 등 중동 팀들은 한국과 같은 강팀과 만날 때 승리보다는 무승부 전략을 펼치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시간 끌기에 나선다. 하지만 선제골을 얻어맞을 경우 침대를 걷어치우고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벤투 감독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한국은 상대가 뻔히 ‘침대 축구’ 전술을 들고 나왔을 때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갔으나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며 스스로 늪에 빠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역습 축구에 특화된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점유율 축구를 펼칠 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황의조라는 파트너를 얻으면서 공간 활용에 날개를 달았다. 레바논이 침대를 펴지 못하게 만들 벤투 감독의 전술이 어떻게 전개될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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