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촛로남불'...대학생은 외면하더니 檢압박 촛불은 지지

강현태 기자
입력 2019.09.27 03:00
수정 2019.09.27 06:02

이인영 “촛불 들고 서초동 향하는 시민들, ‘행동하는 양심’”

한달 여 진행된 조 장관 사퇴 요구 대학생 촛불은 외면

이인영 “촛불 들고 서초동 향하는 시민들, ‘행동하는 양심’”
한달 여 진행된 조 장관 사퇴 요구 대학생 촛불은 외면


(오른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조국 법무부 장관. 이해찬 대표. 조정식 정책위위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리는 ‘검찰 압박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 촛불집회를 외면한 바 있어 ‘촛로남불(촛불+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6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주말 서초동에 10만개의 촛불이 켜진다”면서 “촛불집회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비판하고 정치검찰로의 복귀에 준엄한 경고를 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이다. 검찰은 촛불의 의미를 깨닫고 자성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주말에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한다고 한다”면서 “그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들의 실천’이라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과 피켓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래 깊은 여권의 촛불 의미부여
촛불 가려가며 지지의사 밝히는 與에 ‘내로남불’ 지적


여권의 ‘촛불’ 의미 부여는 유래가 깊다. 청와대는 출범 초부터 ‘촛불정부’를 자임해왔고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따르겠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정이 애써 외면한 촛불도 있다. 지난 한 달여간 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 학생 수천여 명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자발적으로 든 촛불이다.

학생들은 연이은 집회를 통해 “조 장관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검찰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일을 당장 중단하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사퇴해야 한다(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조 장관이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훼손했다. 사퇴를 요구한다(연세대 집행부)”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듭된 학생들의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당정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외에서 여권 엄호에 힘쓰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대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 패거리 손길이 어른어른하다”고 해 도마에 오른 게 전부다.

이렇듯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가며 특정 촛불에만 지지의사를 밝히는 여권 행보를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압박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자들의 강력한 집회 참여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당장 정치권 안팎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민주당이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싸우자’고 한 터라 명분이 옹색하다는 분위기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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