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투자 대안' 은행 특금신탁에 130조 '뭉칫돈'
부광우 기자
입력 2019.07.29 06:00
수정 2019.07.28 19:24
입력 2019.07.29 06:00
수정 2019.07.28 19:24
올해 1분기에만 16.6조 급증…지난해 연간 성장치 육박
절세효과에 인기 꾸준…저금리·증시 부진 속 '반사이익'
올해 1분기에만 16.6조 급증…지난해 연간 성장치 육박
절세효과에 인기 꾸준…저금리·증시 부진 속 '반사이익'
국내 은행들이 확보한 특정금전신탁이 올해 들어 3개월 동안에만 17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년 동안의 성장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가파른 추세로, 자유로운 투자와 동시에 세금을 아낄 수 있는 특금신탁의 매력이 저금리 환경 속에서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운용 대안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면서 특금신탁을 찾는 고객들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특금신탁 잔액은 133조2047억원으로 전년 말(116조5853억원) 대비 14.3%(16조6194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이다.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면 신탁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된다. 이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특금신탁의 빠른 성장세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성장 금액이 20조원을 조금 넘는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확대폭은 상당한 수준이란 평이다. 지난해 말 은행들의 특금신탁 잔액은 1년 전(95조5417억원)보다 22.0%(21조436억원) 증가한 액수다.
이처럼 특금신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사이의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은행 특금신탁의 절대 강자는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특금신탁은 올해 1분기 말 27조8808억원으로 전년 말(24조4217억원) 대비 14.2%(3조4591억원) 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권의 추격도 매서웠다. 신한은행의 특금신탁 잔액은 같은 기간 19조3837억원에서 22조8051억원으로 17.7%(3조4214억원)나 증가하며 국민은행을 뒤쫓았다. KEB하나은행의 특금신탁도 18조2548억원에서 20조2560억원으로 11.0%(2조12억원) 늘며 20조원 대로 올라섰다.
이어 우리은행의 특금신탁 확보량이 19조3230억원으로 많은 편이었다. 다만 지난해 말(19조3941억원)보다는 다소(0.4%·711억원) 줄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이 12조7975억원에서 15조3165억원으로, IBK기업은행이 8조8797억원에서 11조9539억원으로 각각 19.7%(2조5190억원)와 19.7%(3조742억원)씩 특금신탁 잔액이 늘었다.
특금신탁이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가장 큰 메리트는 절세 효과다. 특금신탁을 활용해 자금을 운용하면 펀드와 달리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다, 신탁보수와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순소득에만 소득세가 매겨진다. 수익을 돌려받는 시점과 수익발생 3개월 이내의 빠른 시기에만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세금을 절약하고자 하는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특금신탁에 더 많은 돈이 쏠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은행 예금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상대적으로 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인데다, 반짝했던 주식 시장까지 결국 박스권에 갇히는 모양새가 되면서 다양한 투자가 가능한 특금신탁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는 해석이다.
이런 와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고 나서면서 특금신탁 시장의 확장세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특금신탁 고객들의 자산 조정이 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된 반증이라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앞으로 특금신탁에 새로 유입되는 고객들이 한층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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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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