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승리가 승리했나 경찰이 승리했나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06.27 07:19
수정 2019.06.27 07:20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인과 주변인 개인비리로 종결시 국민 불신 깊어져

<하재근의 이슈분석> 연예인과 주변인 개인비리로 종결시 국민 불신 깊어져

ⓒ데일리안

마침내 승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성매매 알선, 성매매, 횡령, 증거인멸교사, 성폭력특별법, 식품위생법 위반 등 총 7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것이다.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도 함께 송치됐고, 윤 모 총경에겐 접대를 받고 단속 정보를 알려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정도가 버닝썬 게이트 수사의 마무리라는 것이다. 승리로 시작해서 승리로 끝났다. 구속조차 못 시킨 상태로 일단락이다. 법원에선 이미 횡령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사 모두 다 증명 돼서 승리 구속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렇다. 버닝썬 게이트의 의혹이 겨우 연예인 구속 정도로 해결될 일이었단 말인가?

버닝썬 게이트는 부유층, 유력 인사 등이 다수 연루 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거대한 성폭력, 마약 의혹 사건이었다. 거기에 공권력과의 유착 의혹도 있다.

게다가 버닝썬 클럽의 문제가 아레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주장도 나왔었다. 버닝썬 영업 모델의 원조격인 곳이 아레나로, 그곳에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강남 대형클럽들에서도 믿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각이 벌어졌으며 공권력이 방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모든 의혹을 밝히는 것이 버닝썬 게이트 수사의 목적이어야 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는 마치 연예인 승리를 탈탈 털어 그 혐의를 중계방송하면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구속시키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비쳤다. 결국 승리 개인비리들을 줄줄이 적발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버닝썬과 강남 클럽에서 벌어졌다는 일들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승리가 구속을 면한 것을 두고 승리가 승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말 승리한 것이 승리만일까? 경찰이 대규모로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버닝썬 및 강남 클럽 게이트였다. 하지만 경찰 단 몇 명의 경미한 혐의만으로 끝났다. 국민의 시선은 연예인 수사 중계 및 연예인 개인비리로 쏠렸다. 이 정도로 정리했다면 경찰도 승리한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다. 언론도 승리한 것 같다. 다수 언론은 버닝썬 게이트 발생 초기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을 연예인 중심으로 보도했다. 대중의 관심이 승리에게 쏠리는 데에 일조한 셈이다.

승리 성접대 혐의 등으로 버닝썬 및 강남 클럽 의혹이 묻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승리가 버닝썬을 설립하고 운영한 주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승리에게 적용된 혐의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야 이해가 된다. 승리를 대상으로 조사할 사안도 대단히 많아진다. 그런데 승리를 버닝썬 주체라고 하면서도 막상 조사한 내용과 적용한 혐의들은 개인비리들 정도여서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버닝썬 게이트 관련해서 지금까지 주로 경찰이 질타 대상이었지만 사실 검찰에 대한 유착 의혹도 있었다. 검찰이라도 버닝썬 및 강남 클럽 게이트를 전면적으로 조사해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대로 이 엄청난 게이트가 연예인과 그 주변인 몇 명의 개인비리로 종결된다면 국민의 불신이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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