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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송가인 부상투혼, 이제는 없어져야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06.24 08:19
수정 2019.06.24 08:19

<하재근의 이슈분석> 개인의 생명과 건강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대로 진입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개인의 생명과 건강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대로 진입해야

ⓒTV조선 화면 캡처

송가인이 교통사고로 부상 중임에도 천안에서 진행된 ‘미스트롯’ 콘서트에 참석해 주말에 매체들의 칭송을 받았다. 허리뼈에 실금이 가고 디스크 증세가 있어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콘서트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날 송가인은 무대의상이 아닌 평상복 차림에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노래할 때 객석에서 송가인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송가인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자 객석에서도 눈물이 터져 감동적인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당시 송가인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상체를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이 선 상태에서 노래했다. 그래도 소리를 크게 낼 때 몸통이 울리면서 통증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입원한 병원은 서울인데 공연장은 천안이었다. 허리보호대를 차고 천안까지 이동하는 것도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과의 약속 때문에 고통을 감수했다. 관객들 입장에선 송가인을 못 보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송가인은 그것을 우려했고 결국 가수와 관객이 함께 눈물 흘리는 감동적인 모습까지 연출해냈다. 매체들은 ‘부상투혼’, ‘프로정신’ 등이 빛났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부상투혼이 프로정신이라며 미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 송가인이 관객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대단한 건 맞지만, 부상투혼을 너무 과도하게 미화하면서 이것이 프로정신의 증명인 것처럼 보도하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부상투혼을 당연하게 요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운 사건이다. 당장 괜찮은 것 같아도 몸조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병원 밖으로 나왔다가 재차 충격 받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몸의 이상을 무릅쓰고 무리를 해도 젊었을 때는 큰 문제없는 것 같지만 나중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그래서 몸이 정상이 아닐 때는 치유와 회복에 전념하는 것이 당연해져야 한다.

과거 한국에선 그렇지 않았다. 웬만큼 아파도 꾹 참고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부상투혼이라는 말도 일상화되고, 심지어 부상투혼이 프로정신을 상징한다고까지 여기게 된 것이다. 아프다고 일에서 빠지면 ‘정신상태가 썩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압축성장 빨리빨리 문화에서 개인의 인권과 건강을 세심히 배려할 수 없었던 시대의 풍경이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개인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대로의 진입이다. 더 이상 사람이 압축성장을 위한 부속품이 아닌 시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려면 부상투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프로라면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

부상투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분야가 연예계와 운동계였다. 그래서 더욱 연예인 부상투혼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송가인의 책임감이 감동적인 건 사실이지만, 앞으론 부상투혼에 대한 경계도 잊어선 안 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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