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이 보여준 오디션 존재의 이유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05.11 06:00
수정 2019.05.11 04:30
입력 2019.05.11 06:00
수정 2019.05.11 04:30
<하재근의 이슈분석> 풍부한 전문 장르별 오디션 기획…대중음악 풍성해져
<하재근의 이슈분석> 풍부한 전문 장르별 오디션 기획…대중음악 풍성해져
TV조선 ‘미스트롯’이 누리꾼의 비판 속에 막을 내렸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미스코리아 포맷을 차용한 부분이라든가, 선정적인 의상과 쇼 때문에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지적을 들었고 후반까지 악플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트로트라는 소외된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자 중노년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했고, 화제성이 커지면서 젊은 시청자들도 가세해 연일 종편 예능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2년에 데뷔한 무명가수 송가인이 차세대 트로트 기대주로 떠오른 것을 비롯해, 홍자, 김양 등 무명 세월을 오래 보낸 가수들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개그우먼 김나희도 트로트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세 아이의 엄마인 정미애도 주목 받았다. 긴장감 넘치는 경연 속에서 트로트 음악 몰입 감상을 통해 트로트가 재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음악적으로 재발견되고,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시청률이 폭발하면서 트로트 장르에 활력이 생겼다. 바로 이런 게 오디션의 순기능이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지적을 받을 순 있지만 이런 장점들 때문에 오디션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K' 이후 오디션이 대유행을 할 때 뜻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디션을 비판했다. 음악을 서바이벌 경쟁 구조를 통해 감상하는 건 문제이고, 경연 특성상 열창 능력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으로 우열이 가려지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음악 자체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그때 이후 오디션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었고, ‘슈퍼스타K' 폐지를 환영하는 여론도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 ’미스트롯‘도 비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디션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판이 활성화돼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오디션 비판은 당연하다.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대중음악판을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어서 그 이외의 장르, 그 이외의 신인이나 무명가수들은 설 자리가 없다.
이럴 땐 오디션 경연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 다양한 신인가수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슈퍼스타K' 시절에도 아이돌 기획사를 통해선 조명 받을 수 없는 신인들이 많이 등장했었다. ’슈퍼스타K' 폐지가 안타까웠던 이유다.
트로트도 워낙 소외되고 침체된 장르였기 때문에 ‘미스트롯’이 오디션 형식을 통해서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의미가 있다. 트로트는 일반적으로 함께 즐기는 음악으로 인식돼서 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하는 문화가 없었는데, ‘미스트롯’ 경연 형식은 노래 한 곡 한 곡이 진검승부라는 긴장감으로 노래를 집중해서 감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트로트를 재발견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한 명 한 명의 신인과 무명 가수들이 모두 주목 받고 그들에게 활로가 열린 것이 의미가 크다. 트로트는 기존 중견가수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신인의 등장이 활발하지 않아 정체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새바람이 분 것이다. 요즘 트로트는 댄스음악과 비슷한 느낌의 뉴트로트로 흘렀었는데 송가인이 모처럼 정통 트로트의 맥을 잇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있다.
‘미스트롯’이 오디션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는 물론 있지만 다양한 음악을 아우르고 신인을 발굴할 창구로 오디션만한 것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보다 풍부한 전문 장르별 오디션들이 기획된다면 더욱 많은 곡과 가수가 조명 받게 될 것이고,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 대중음악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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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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