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 “여론조사시 탈원전 정책 타격”

조재학 기자
입력 2018.12.09 06:00
수정 2018.12.09 06:39

국민 대다수 ‘원전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나

‘신규 원전 건설’…원전 수출 전략 중 하나

국민 대다수 ‘원전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나
‘신규 원전 건설’…원전 수출 전략 중 하나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에 타격을 받을까봐 공론조사를 피하는 것 같습니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은 한국원자력학회의 공론 조사 결과가 실제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인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공론조사시 정부 의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공론조사에 나서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지난 8월과 11월에 각각 실시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두 조사 모두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확대 또는 유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학회장은 “정부가 우리 학회 조사에 대해 ‘이해관계자에 의한 조사’라며 신뢰성에 문제제기를 했다”며 “그러면서 ‘가치중립적인 기관에 맡겨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우리 학회의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정지한다’는 전기사업법 제95조 1항을 폐지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 재고와 더불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조사 또는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산업부는 “우리 정책 방향이 대만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다”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학회장은 산업부 발표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만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냉정히 따져보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과 한국의 유사점은 외부와 전력계통이 연결돼 있지 않는 ‘에너지 고립섬’이라는 점과 인구 밀집도가 높다는 점, 또 공업국가로 대량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차이점은 우리 원전은 안전한 지반에 있는 반면, 대만은 활성지진대 위에 있고, 대만 제1원전과 제2원전은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30km 이내의 지역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만은 원전 기술 수입국이고, 한국은 원전 기술 수출국”이라며 “대만의 원자력 기술은 국제적 경쟁력이 없어 국민이 불안할 수 있지만, 한국은 세계가 인정한 원전건설·운영 능력을 보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만 국민 투표 결과에 대해 김 학회장은 “대만 국민들이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도 대만과 같은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자 5명 중 4명이 국민 여론을 반영해 ‘탈원전 지지 또는 유보’ 공약을 내세웠지만, 현재 국민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즉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이 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또 막연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감정적 접근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도 시민참여단이 숙의과정을 통해 건설재개로 더 기울어졌다. 김 학회장은 “신고리 공론화는 숙의 과정 없이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답변한 결과가 아니다”라며 “시민참여단이 충분한 정보 습득하고, 토론과 학습을 진행한 후에 내린 결론”이라고 전했다.

김 학회장은 학회장으로서 정부에 건의한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는 “정치는 ‘모 아니면 도’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탈원전 정책도 ‘예스(Yes) 아니면 노(No)’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때론 지지자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능력”이라며 “그런데 현 정부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60년의 장기간에 걸친 탈원전 방법은 ‘정부안’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청와대부터 이념에 빠져 사고의 유연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는 동시에 해외에서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김 학회장은 원전 수출을 하려면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국내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는 해외 원전 수출 포기를 의미한다”며 “한국 원전 산업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어느 국가가 한국을 파트너로 삼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신고리 3·4호기가 없었다면 UAE 원전 수출도 불가능했다”며 “신규 원전 건설은 원전 수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학회장은 정부에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산업계의 ‘발등의 불’로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량은 지난 9월말 기준 월성원전(89%), 고리원전(77.3%), 한빛원전(68.4%) 순이다. 월성원전의 경우 오는 2021년말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을 가동하지 못한다.

김 학회장은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하며 시간을 끄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문재인 정권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같은 갈등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시급한 문제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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