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제재' 北美 기싸움 2라운드…원점 못벗어나는 비핵화 협상
박진여 기자
입력 2018.10.17 15:08
수정 2018.10.17 15:31
입력 2018.10.17 15:08
수정 2018.10.17 15:31
연내 종전선언 가시권…北 다음 타깃 '제재 완화'
美 비건·北 최선희 조만간 비핵화 실무협상 주목
연내 종전선언 가시권…北 다음 타깃 '제재 완화'
美 비건·北 최선희 조만간 비핵화 실무협상 주목
북한이 새로운 국가전략노선으로 경제발전을 채택하고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실현이 먼저라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이어 대북제재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후속협상이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그 자체보다 이행이 중요하다며 '우리민족끼리' 교류협력을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협력 사업들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연기되거나 무산되면서 북한의 경제번영 노선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앞에서는 우리와 친하자고 손을 내밀고 뒤에 돌아 앉아서는 딴소리를 해대는 미국은 외교관례는 물론 상식의 궤도에서 너무나 멀리 벗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곧 적대시정책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며 바꿔 말하면 관계 개선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핵시험을 그만둔지도, 대륙간탄도로켓 발사를 중지한지도 퍼그나(퍽) 시일이 흘렀으면 응당 이를 걸고 조작한 제재들도 그에 맞게 사라지는 것이 순리"라며 "조미(북·미) 협상이라는 열차는 제재라는 장애물을 레루(레일) 우(위)에 놓아두고는 아무리 기적소리를 요란히 울려도 한치도 나아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핵화 해법의 단계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이 최근들어 대북제재 완화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시화로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음 타깃으로 제재 완화를 내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북한 매체들은 최근 종전선언에 대한 요구보다 제재완화 및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등 평양공동선언에 명시한 추가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달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 제재 해제를 지속 요구했으며, 지난달 유엔총회 당시 리용호 외무상 연설을 통해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선조치'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중국과 러시아에 보내 북중러 공조 체제를 과시하며 제재 완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미국을 직접 겨냥해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낸 것도 조만간 있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북측은 이번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제재 완화 및 해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신뢰한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북제재 등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측은 제재 완화를 추가 비핵화 조치의 선제적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남북 간 진행되는 교류협력 사업에서는 '우리민족끼리' 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현지조사, 정보공유 등을 우선 추진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초 남북·미북 관계 개선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전제된 것으로, 북한이 핵폐기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북제재는 계속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전 제재 완화 요구는 한미 공조에 균열을 야기하는 한편, 북미 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장기화 국면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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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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