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손학규·정동영…'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9.03 02:00
수정 2018.09.03 05:57
입력 2018.09.03 02:00
수정 2018.09.03 05:57
孫·鄭, 李 상대 '선거제도 개혁' 요구 거셀 듯
李는 4년 중임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헌 '맞불'
올해 넘기면 정계개편 회오리…구심력 유지 '숙제'
孫·鄭, 李 상대 '선거제도 개혁' 요구 거셀 듯
李는 4년 중임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헌 '맞불'
올해 넘기면 정계개편 회오리…구심력 유지 '숙제'
11년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가 각각 집권여당과 제2야당·제3야당 대표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50대 후반이었던 11년 전의 '1라운드'에서는 패배하더라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 '2라운드'에서는 발 한 번 잘못 내딛으면 그대로 정계은퇴다. 겉으로는 웃겠지만 물밑에서는 살벌한 샅바싸움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손 대표가 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9·2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지난달 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전당대회에서 각각 당대표로 선출됐다. 거센 도전도 있었지만 '한여름 당권 대회전'은 경륜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손 대표도 이날 선출 직후 가진 현장기자회견에서 "마침 민주당, 평화당도 2007년 대선 후보들이 같이 나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말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올드보이'냐 '골드보이'냐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안정한 다당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 중 누가 '골드보이'가 돼서 최후에 웃을 수 있을까.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손 대표는 일단 정동영 대표와 손을 잡고 이해찬 대표를 상대로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협공을 펼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4선 의원은 "다당제야말로 손학규·정동영의 정치 전면 복귀가 가능하게끔 해준 틀"이라며 "다당제가 아니었으면 손학규·정동영이 지금 어느 당에서 당대표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일갈했다.
이들의 경력이나 중량감으로 보면 당대표 이외에는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그러나 거대 양당 당대표를 맡는 것은 정치역학상 불가능하다. 새로 당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영영 정치 전면 복귀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다당제가 되면서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사무총장 등 각종 당직이 전부 두 배로 늘어났다. 지금 소수정당에서 이러한 당직을 맡은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선수(選數) 등을 고려할 때, 거대 양당에서는 이런 자리를 맡기 어려운 인사가 많다.
또다른 3선 의원이 "다당제가 여의도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라며 "다당제에 맛이 들려서 (야권)통합은 어려울 것 같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손학규·정동영 대표는 이처럼 다당제의 수혜를 입고 있는 소속 의원들과 함께, 다당제의 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총공세를 펼칠 것 같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공세에 직면할 이해찬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받으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손학규·정동영 대표는 현재로서는 입장차가 있다. 손 대표는 현장기자회견에서 "대통령제를 계속하자는 것은 촛불정신에 어긋난다"고 밝힌 반면, 정 대표는 일단 개헌 없이 선거제도 개혁만 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선거제도를 둘러싼 3자 간의 각축전이 어떤 식으로 결론 맺어질지 점치기는 어렵다. 독자적으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입장도 관건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31일 의원워크숍에서 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선거제도 개혁은) 올해 12월 31일을 넘어가면 물건너간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없다"고 시한을 설정했다.
실제로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고나면 의원들은 정확히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은 '공천 룰'을 정비하며,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꾸려 현행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선거구 조정을 논의하게 된다. '큰그림'을 다시 그릴 시간이 없다.
이렇게 손학규·정동영 대표 간의 '연대의 고리'인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으로 귀결된다면, 그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너가 죽어야 내가 사는' 살벌한 샅바싸움밖에는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많은 야당 의원들이 당적을 가리지 않고 "지금의 구도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서는 지역구마다 최다득표자 단 한 명만 당선된다. 지금의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는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까지 고려하면 제1야당 한국당보다 특히 바른미래당·평화당에 치명적이다. 재선을 의식하는 의원들의 동요가 심해지면서 원심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제도 그대로 21대 총선을 치른다고 하면 어느 하나의 야당으로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손학규·정동영 대표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끌려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소외돼서도 안 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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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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