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 자유롭다고? 인기 끄는 '유니버셜' 변액보험의 민낯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7.27 06:00
수정 2018.07.27 06:08

1분기 유니버셜 변액 상품 초회보험료 3600억…전년比 2배 이상 급증

"입출금 자유롭다" 강조하지만…추가 납입·중도 인출 건마다 '돈돈돈'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유니버셜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36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56억원) 대비 131.4%(2044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가입 기간 중 보험료를 추가로 내거나 중간에 빼서 쓸 수 있는 유니버셜 기능을 갖춘 변액보험 판매 규모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에 유니버셜 옵션을 추가하면 보험을 마치 입출금 통장처럼 쓰면서 투자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생명보험사들의 영업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어간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보험료 추가 납입이나 중도 인출 때마다 자동적으로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데다 생보사들이 약관에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도 않고 있어 자칫 이를 모른 채 수시로 유니버셜 기능을 이용할 경우 손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생보사들이 유니버셜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36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56억원) 대비 131.4%(2044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이 같은 지난 1분기 유니버셜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생보사 전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7412억원)의 48.6%를 차지하는 액수다. 즉, 올해 들어 맺어진 변액보험 신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유니버셜 기능이 탑재된 상품이었다는 의미다.

유니버셜 보험의 핵심은 추가납입과 중도인출이다. 추가납입은 예상치 못한 상여금이나 여윳돈이 생겼을 때 보험료를 더 납부해 보장을 강화하는 기능이다. 반대로 중도인출은 가입자 본인이 낸 보험료를 해지환급금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 찾아 쓸 수 있는 기능으로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투자 상품인 변액보험에 이런 유니버셜 옵션이 더해지면 그 활용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변액보험은 펀드 운용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변동되는 상품으로 유니버셜 기능 결합 시 투자와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일부 보험 보장도 기대할 수 있는 복합 보험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배경으로 최근 생보사들은 유니버셜 변액보험이 자유입출금식 통장처럼 이용하면서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변액보험이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상품이란 점에서 이를 둘러싼 생보사들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 유니버셜 옵션이 새로운 판매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유니버셜 기능을 통한 보험료 입출금이 결코 말처럼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보험료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 시 생보사들이 매번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 가고 있어서다. 보험사가 강조하는 설명만 믿고 고객이 수시로 보험료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을 실행했다가는 원금의 상당 부분을 까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생보사들은 보험료 추가 납입 시 해당 금액의 최대 3%까지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가입자가 10만원을 추가 납입했다면 보험사가 3000원을 미리 가져가고 계좌에는 9만7000원만 들어가는 식이다.

실제 생보사 상품별 사례를 보면 푸르덴셜생명이 판매 중인 '변액유니버셜보험' 상품의 추가 납입 수수료율이 3.0%로 높은 편이었다. ABL생명의 '더나은변액유니버셜통합건강종신보험'과 흥국생명의 '베리굿(Vari-Good)변액유니버셜CI보험'은 이에 대해 2.0%, 1.0%의 수수료율을 설정해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두개의약속'의 경우 보험료를 더 낼 당시에는 수수료를 떼지 않고 매월 계약 해당일 추가 납입 보험료 적립금의 0.05%를 후취 수수료로 차감해 나가다가, 이 같은 누적 금액이 추가 납입 보험료 총액의 1%를 넘어서면 더 이상 수수료를 뗴지 않는 독특한 구조다. 메트라이프생명 '변액유니버셜 오늘의 종신보험 플러스(Plus)'처럼 아예 추가 납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사례도 있다.

그나마 이처럼 추가 납입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미리 알 수 있는 상품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사전에 이 같은 수수료율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유니버셜 약관을 보면 추가 납입 시 계약관리비용 명목으로 일정한 수수료를 매긴다고는 표시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기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생보사들이 별도의 안내장이나 홈페이지 상품 유의사항 등에 이를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해당 수수료율이 필수 공시 사항이 아닌 탓이다.

이보다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생보사들은 유니버셜 보험 중도 인출 시에도 0.1~0.2%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에 따른 비용이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정액 수수료만 받고 중도 인출을 시행해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변액보험 영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니버셜 옵션에 따른 추가 납입의 장점만 강조하다 보니 관련 비용 등 단점을 인지하고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현실"이라며 "이를 알지 못한 채 유니버셜 기능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할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뜻밖의 손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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