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길을 묻다] "이제는 '빨갱이' 안 통해…新노선 정립해야"

이충재 기자
입력 2018.06.26 03:00
수정 2018.06.26 07:14

"시대변화에 맞는 대북정책 재정립 필요" 목소리

'철지난 색깔론' 6.13지방선거 후 철퇴명령 받아

"시대변화에 맞는 대북정책 재정립 필요" 목소리
'철지난 색깔론' 6.13지방선거 후 철퇴명령 받아

6.13지방선거 개표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가 개표방송 출구조사를 시청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개표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3지방선거 이후 보수진영은 대북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잃었다. 선거 참패의 핵심원인으로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대북노선이 첫 손에 꼽혔기 때문이다.

선거는 지난 13일 치러졌지만 결과는 이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이후 결정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깎아내렸고, 선거까지 이같이 기조를 유지했다.

시계를 자유한국당의 선거 출정식이 열린 4월 12일로 돌려보면,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인과관계가 더욱 선명해진다.

당시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치러진 한국당 출정식에선 "주사파", "빨갱이", "사회주의", "김일성주의자" 등의 말이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보수정당의 참패 원인으로 하나같이 대북 강경정책 노선을 지적했다. 현재 보수진영이 '미련'처럼 붙잡고 있는 대북‧안보 정책이 점점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국의 공산화 반대’등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70년 간 적대적 관계였던 북미정상이 직접 만나 손을 맞잡는 상황인데도 과거의 인식에 머물렀던 선거 이전의 모습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이제는 '빨갱이 딱지'는 안 통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정립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보수진영이 대북정책을 재정립하기 위해선 한반도 정세 변화로 눈앞에 닥친 '자기모순'부터 조율해야 한다.

보수진영의 그간 시각으로 볼 때 최근 정상회담 정국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 역시 믿을 수 없고, 공허한 구호뿐이라는 비판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을 겨눌 수는 없다. 보수단체 집회에서 태극기와 나란히 함께 펄럭이던 성조기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을 밝히며 "수구적‧냉전적 보수를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 "수구 냉전 반공주의에 매몰된 낡은 주장을 스스로 혁파하는 정의로운 보수의 뉴트렌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한국 보수가 70년간 내걸었고 지켜왔던 가치를 탈색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색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빨갱이'로 대표되는 반공·반북주의,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등이 변색이 필요한 대상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조동근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트럼프의 입만 처다 본 한국당은 트럼프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라며 "한국당의 통일문제에 답안지는 백지인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두르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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