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리어 프리, 누구나 편리함을 누리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6.25 12:00
수정 2018.06.25 11:00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류 보편적 가치

“장애인 생활 속 불편 덜어주는 게 아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류 보편적 가치
“장애인 생활 속 불편 덜어주는 게 아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대리 서설화
캐나다에는 ‘닐링버스(Kneeling Bus·차체나 승강구를 보도 높이까지 낮출 수 있는 버스)’가 있다. 필자가 캐나다 어학연수 중 처음 봤는데, 그때 느꼈던 신기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의 출입문이 열리고 차체가 서서히 땅으로 꺼졌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게 아닌지 바닥을 살폈다. 하지만 이내 버스기사가 나와서 휠체어를 탄 승객을 태우는 것을 보고 그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장애인·노약자가 손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버스 차체를 낮추는 것이었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저상버스가 도입되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동반한 승객들이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 전용 화장실, 휠체어 리프트, 점자 보도블록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곳곳에 마련되어있다.

이처럼 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이 각종 시설물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한 환경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이하 ‘BF’)’라고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BF’인증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공공시설물은 ‘BF’인증 의무 대상이다. 이 외에 공원, 여객시설, 도로, 교통수단도 인증 대상에 해당된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때에도 장애물을 없앤 노력이 엿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소 83%, 당일 투표소 98%가 1층 또는 승강기 설치 건물에 마련되었다고 한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와 활동보조인이 지원되었다.

수화통역사 배치, 점자형 선거공보 및 투표 안내서, 발달장애인용 투표 교육책자, 손목에 부착하거나 입에 물고 투표할 수 있는 특수형 기표용구 등 장애유형에 따라 원활한 투표를 돕는 장치를 제공했다.

하지만 온 길은 삼만 리에 갈 길이 구만 리다. 아직도 중증장애인들은 경사로가 없어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음을 토로하고 있다. 후보들의 이름이 점자로 표시되지 않아 투표에 어려움을 겪은 시각장애인의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내 점자블록 10개 중 7개가 엉터리라는 언론보도는 씁쓸함 마저 자아낸다.

‘BF’ 조성은 단순히 장애인의 생활 속 불편함을 덜어주는 일이 아니다. ‘UN 장애인 권리협약’으로 합의한 인류 보편의 가치를 따르는 일이며, 헌법 상 기본권인 이동권과 참정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과업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건물, 시설, 제품 등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두를 위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즉,‘BF’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BF’가 보편화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편리한 환경에서 살아갈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대리 서설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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