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Korea] 재계, 올해도 위축 분위기 지속되나...'희망'보다 '공포'

이홍석 기자
입력 2018.01.02 06:00
수정 2018.01.02 10:02

지난해 이어 기업 압박 법제도 대기...고용부담 증가 전망

규제 철폐-노동 개혁 뒷전...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 커져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LG여의도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지난해 이어 기업 압박 법제도 대기...고용부담 증가 전망
규제 철폐-노동 개혁 뒷전...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 커져


2018년 새해에도 재계는 여전히 위축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회복으로 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안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의 친노동-친중소기업 정책들도 대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법제도와 정책으로 규제와 압박이 심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법인세 인상에 이어 상법·지배구조개선 관련 법안 줄줄이 대기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확정되고 이 신설구간으로 인해 상향 조정되면서 초대형 기업들에 대한 증세 규모는 더욱 늘어나는 등 기업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25% 세율이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구간은 과표 기준 3000억원 이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77개 기업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미국·일본·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와는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미국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면서 양국의 법인세율 역전 현상으로 인한 손실피해가 커지는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과 미국간 법인세율 역전으로 연 평균 29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내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상법 개정안을 비롯,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행위) 규제, 기업 지배구조개선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어서 기업들을 압박하는 법제도가 줄줄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현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자칫 대기업들로서는 규제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한·미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한국경제연구원

정규직 비중 늘리고 임금 공개하고...늘어나는 고용부담
지난해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고용부담 증가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12일 ‘1호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실현할 첫 번째 기관으로 꼽으며 방문한 인천공항공사를 시작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또 그동안 수년간 이어져 온 통상임금 소송전에서도 기업에게 불리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아자동차의 1심 패소를 시작으로 9월 한국지엠의 2심 패소, 11월 만도의 2심 패소 등 노동계 쪽에 기울어진 법원의 판결이 이어졌다.

노사합의의 관례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패소시 회사의 경영위기가 초래된다는 호소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은 점점 가중되게 됐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패소로 1조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반영하느라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기업의 고용문제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기업이 고용형태를 공시할 때 같은 사업장 안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소속 파견직, 하청 직원들도 모두 포함해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고용형태공시제를 강화한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고용형태공시제는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의 고용 현황을 공시하는 제도로 과도한 비정규직 사용이나 간접고용을 자제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파견직 근로자까지 포함되면 기업들로서는 정규직 고용 압박을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이와 함께 기업내 성·연차·직무별 임금 수준을 드러내는 '임금분포공시제'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업들로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임금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이러한 정책들이 기업들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는 것으로 전략 노출로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임금이 공개되면서 동종업계 업체들간 격차가 나타나면서 노사갈등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규직 고용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임금까지 공개되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비용 증가로 인한 기업 경쟁력 하락은 물론이고 인건비 문제로 해외로의 공장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고용 창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연합뉴스
기업 대상 전방위적 압박 본격화...노동개혁 뒷전
정부부처들이 현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해 앞다퉈 기업들을 압박하는 정책을 내놓는데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재계는 울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내렸던 결정을 뒤집는가 하면 새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삼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가 이미 시작된 상태다.

공정위는 최근 지난 2015년 12월 발표했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처분 건에 대해 당초 내렸던 결정을 번복했다.

공정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 인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된 것으로 판단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총 904만2758주 중에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 고리의 강화가 아닌 신규 형성으로 해석하면서 삼성SDI가 나머지 404만2758주도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한 번 내려진 판단과 결정을 소급해서 뒤집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 정부들어 신설된 새정부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1호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미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재계는 중기부가 대기업들을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가는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개혁 대상으로 치부했다는 비판과 함께 대·중·소기업 상생에 찬물을 끼얹게 돌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해 채찍만을 꺼내들고 당근을 주는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세수확대와 고용창출 등의 요구사항들만 잔뜩 내놓고 정작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규제 철폐와 노동 개혁 관련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대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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