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을과 을'의 생존극…신하균·도경수 '7호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7.11.09 09:37
수정 2017.11.09 14:43
입력 2017.11.09 09:37
수정 2017.11.09 14:43
사회 반영한 블랙코미디…이용승 감독 연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

신하균·도경수 주연 영화 '7호실' 리뷰
사회 반영한 블랙코미디…이용승 감독 연출
두식(신하균)은 서울 압구정에서 DVD방을 운영 중이다. 이혼 후 전세 보증금까지 탈탈 털어 개업했지만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월세와 관리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밀렸다. 가게를 내놓은 지 5개월이지만 산다는 사람이 없다. 빛이 보이지 않는 하루의 연속이다.
휴학생 태정(도경수)은 두식의 DVD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뮤지션을 꿈꾸며 데모곡을 만들어 기획사에 보내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현실은 학자금 부채 1800만원에 휴대폰 요금도 내지 못해 끊길 지경. 밀린 알바비 200만원을 받기 전까지는 관둘 수도 없는 청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마주하고, 그 사고는 DVD방 7호실과 연관돼 있다. 7호실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영화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비밀을 감추게 된 DVD방 사장(신하균)과 알바생(도경수)이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인턴사원의 우여곡절을 그린 '10분'으로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16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이용승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세 인물을 통해 조명한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 두식, 학자금 빚에 허덕여 사채까지 쓴 태정,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조선족 한욱이 그렇다. 이들은 자구책을 찾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세를 올리려 하는 건물주를 찾아가 "속이 타들어 간다"는 두식의 대사는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의 현실을 대변한다. 태정의 처지도 안쓰럽다. 꿈을 위해 나아갈 나이인데도 빚이 발목을 잡는다. 가족들도 힘든 처지라 서로를 돌볼 여력이 없다.
조선족 한욱은 열심히 일하지만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다. 왜 안 주느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나중에 주겠다"는 답뿐. 조선족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엿보인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없다. 각자 스스로, 발버둥 치며 살아가야 한다.
이 감독은 "'7'이라는 숫자가 주는 행운과 그 뒤에 감춰진 불행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의 생존 투쟁을 다루려고 했다"고 밝혔다.
열린 결말에 대해선 "고민한 부분"이라며 "두 캐릭터를 조심스럽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화계에서 논란이 된 조선족을 다루는 부분과 관련해선 "두식에게 한욱은 조선족을 넘어 동료이자 친구"라고 했다.
두식 역을 맡은 신하균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혼자서 스크린을 꽉 채울 만큼 존재감이 빛난다. 신하균은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작품을 선택했다"며 "을과 을의 이야기이자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보이그룹 엑소 도경수는 이 영화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했다. 준수한 연기력이다. 도경수의 팬들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다. 도경수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끌려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며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분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현실을 담은 건 매끈하지만, 두식과 태정이 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1월 15일 개봉. 100분. 15세 관람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