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년 전 '아리랑' 음원, 어떻게 녹음됐을까

이한철 기자
입력 2017.10.05 00:55
수정 2017.10.05 10:24

13~15일 광화문광장서 서울아리랑페스티벌

한민족 최초 '아리랑' 음원 직접 만난다

121년 전 '아리랑'이 녹음된 원통음반. ⓒ (사)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우리 소리의 원형 '아리랑'은 언제 처음으로 녹음됐을까?

백열전구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천재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유성기를 발명하고, 유성기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원통음반도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유성기 원통음반은 인류 최초의 소리 재생 시스템으로, 이 원통음반에 '아리랑' 음원도 담겼다. 그리고 녹음된 시기는 놀랍게도 121년 전인 1896년이다.
    
121년 전 녹음된 우리의 소리 '아리랑'

오는 13~15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되는 2017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 전시회 '아리랑, 에디슨 원통음반에 담다'를 마련한다. 유성기 원통음반에 녹음된 121년 전의 '아리랑'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다.

북측광장에 가로 12m 세로 3m 크기로 마련하는 전시 공간에서 진행될 이 특별전의 전시 품목은 60여점이다.

유성기 원통음반에 담긴 한민족 최초의 아리랑 음원인 '유학생아리랑'(1896년) 등 원통음반 41점을 비롯해 초창기 유성기의 다양한 모습과 변천사도 볼 수 있도록 재생전용 유성기 3대와 녹음기계 등도 전시된다. 아리랑 악보, 영상자료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모양의 혼(소리를 널리 퍼뜨리는 원뿔 모양)을 통해 원통음반에 담긴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오후 1시와 3시에는 녹음 전용 유성기 1대로 실제 현장에서 녹음이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리랑'과 원통음반

1899년 3월 '황성신문' 등에 에디슨 유성기와 원통음반이 소개되면서 장안에 화제가 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원통음반은 없다.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이 담긴 최초의 원통음반이 발굴된 곳은 미국이다.
 
1896년 세계 민족음악을 수집하던 미국의 인류학자 엘리스 플레처가 그해 7월 24일 워싱턴에서 3인의 조선인 유학생이 부르는 노래들을 녹음했고, 이 곡들이 실린 6개의 원통음반의 존재가 1998년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고음반전문연구가 정창관 선생이 지난 2007년 6개의 원통음반을 발굴해 CD로 펴냈다. 원통음반에 담긴 소리는 1896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조선인 안정식과 이희철, 그리고 Son. Rong으로 표기된 3명이 부른 11곡이다. 그 중 3곡이 '아리랑'이었다.

원통음반에 담긴 이들 곡은 한국전통음악을 담은 최초의 음원으로,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번째 음원은 1916~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프로이센포로수용소에 있던 고려인 포로들이 남긴 '고려인아리랑'이다. Grigori Kim, Stepan An, Gawriel kang이 '수심가' '애원성' '기생점고' '백로타령' '대한사람' '염불' '아리랑' 등을 각 2분 정도 분량으로 녹음했는데 독일 베를린민족학박물관이 이 음원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유학생아리랑'과 '고려인아리랑' 이전에 우리 '아리랑'을 서양식 음계로 채보해 기록한 악보가 있다.

구한말 고종이 육영공원을 설립한 후 미국에 요청해 1886년 한국에 온 교육자 겸 선교사 호머 B.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1949)가 영문잡지 'Korean Repository' 1896년 2월호에 논문 'Korean Vocal Music'을 기고했다. 한국의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등을 분석한 이 논문에 서 '아리랑'을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식 음계로 채보해 꽤 비중 있게 다뤘다.

헐버트는 이보다 10년 전인 1886년 미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도 옆집 아이들이 부르는 '아리랑' 악보를 그려넣을 정도로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잡지에 실린 악보는 '헐버트아리랑', 편지에 기록한 악보는 '아이들아리랑'으로 불린다.

이들 음원은 우리 음악사에서 아주 소중한 자료들이다. 오랜 세월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온 아리랑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음원자료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의 제목을 'Love Song:Ar-ra-rang)'으로 표기한 것으로 미뤄볼 때 당시의 '아리랑'의 위상과 존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아리랑'을 부를 때의 발음도 가늠할 수 있는 점에서 이 음원들의 자료적 가치는 매우 높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악보에 실린 그대로 녹음해 틴포일에 담은 '헐버트아리랑', 에디슨 원통음반에 담은 '아이들아리랑' 등의 음원을 에디슨 유성기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음원의 초기 녹음 형태를 그대로 전시해 인류 최초의 녹음재생시스템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인류 최초의 녹음재생시스템 '원통음반'의 역사와 만나다

인류의 녹음 역사는 1857년 프랑스의 레온 스캇이 발명한 '포노토그래프'(Phonautograph)에서 시작된다.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를 뜻하는 포노토그래프가 구한말 조선에 들어올 당시에는 '유성기' 또는 '축음기'로 불렸다.

포노토그래프가 발명되고 20년 후인 1877년 에디슨은 녹음과 재생이 가능한 틴 포일(Tin foil) 유성기를 발명했다. 또 10년 후인 1888년에는 원통음반을 발명한다. 원통음반은 훗날 SP(Standard Play)에서 LP(Long Play)로, 다시 CD로 발전했다. 원통음반은 바로 현재 우리가 흔히 만나는 CD의 조상 격인 셈이다.
 
원통음반의 재생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1887년 나온 SP는 이보다 재생시간이 늘어났지만 이것도 3~5분에 지나지 않았다. 1930~40년대에 발매된 LP는 한 면의 재생시간이 20~30분으로, 이전보다 담을 수 있는 곡이 크게 늘어났다.
 
2017서울아리랑페스티벌은 축제기간 3일 동안 이 특별전시회를 비롯해 개막공연, 광화문뮤직페스티벌, 전국아리랑경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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