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결승행’ 박태환이 써가는 레인의 기적
김평호 기자
입력 2017.07.25 09:02
수정 2017.07.25 09:05
입력 2017.07.25 09:02
수정 2017.07.25 09:05
자유형 200m 막차로 극적 결승행
1레인 불리함 극복, 결승서 또 명승부 기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마린보이’ 박태환(28)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박태환은 25일 오전(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 46초 28의 기록으로 1조 4위, 전체 8위로 간신히 결승행 티켓이 거머쥐었다.
결승에 진출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1분47초11로 터치패드를 찍어 전체 14위를 차지하며 18명이 나서는 준결승에 나섰다. 예선에서의 부진한 성적 탓에 기록을 내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 1번 레인에 배정을 받으면서 일정 부분의 핸디캡을 안고 결승에 나섰다.
박태환은 초반부터 역영을 펼쳤지만 선두권과의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4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2조에 200m의 강자들이 즐비해 있었기에 이 때까지만 해도 박태환의 결승 진출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2조의 경기까지 종합한 결과 박태환의 기록은 16명의 선수 중 8번째였다. 9위와는 불과 0.12초 차이다.
또 ‘1번 레인의 기적’이 연출됐다. 박태환은 2011년 중국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1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치고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상황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전성기를 훌쩍 넘긴 현 시점에서 1번 레인에 배정을 받아 레이스를 치르고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물론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도 없이 박태환은 26일 오전에 있을 200m 결승을 준비해야 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결승은 더욱 험난하다.
결승을 8위로 통과한 탓에 1번 레인이나 다름없는 8번 레인에 배정을 받았다. 8번 레인 역시 물살의 저항은 온전히 받고, 상대 선수의 견제도 쉽지 않아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박태환은 결승에 나서는 8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준결승 기록이 1분 46초대에 머물렀다. 1위로 결승에 오른 던컨 스캇(영국)부터 7위를 차지한 도미닉 코즈마까지 모두 1분 45초대의 기록을 찍었다. 예선과 준결승에서의 컨디션과 페이스를 봤을 때 메달권에 들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여기에 박태환은 결승에 진출한 8명의 선수 중 유일한 ‘80년대생’으로 순발력과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결승서 또 한 번 레인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예선 탈락의 충격과 김종 전 문체부 차관 협박 등 최순실 게이트와 얽혀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박태환은 충분한 기적을 이룬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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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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